내년 우리나라 제조업 설비투자 증가율이 '0%' 수준에 그치는 등 설비투자가 급격히 둔화할 것으로 전망됐다. 산업은행은 18일 국내 83개 업종,약 3600개 업체를 대상으로 '2006년 설비투자계획'을 조사한 결과 내년 제조업 설비투자액은 45조원으로 올해(44조9000억원)보다 불과 0.1% 늘어날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이날 "설비투자 회복이 지연되고 있어 성장 잠재력 약화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0%' 수준의 제조업 설비투자 증가율은 지난 2002년 -0.7%를 기록한 이후 4년 만에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제조업 설비투자 증가율은 지난해 43.2%,올해 7.4%였다. 비제조업의 설비투자 증가율도 올해 13.7%에서 내년에 12.4%로 떨어져 전체 설비투자 증가율은 올해 9.9%에서 내년엔 5.0%로 낮아질 전망이다. 산업은행이 분류하는 21개 제조업 업종 중 내년 설비투자 증가율이 올해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 곳은 담배제조업 가죽가방 의복모피 비금속광물 등 4개 업종뿐이었다. 비제조업에선 전기가스업 광업 통신업 등의 투자가 올해보다 늘어날 것으로 조사됐다. 제조업의 설비투자 증가율이 급격히 둔화되는 이유는 IT산업과 중소기업의 투자 부진이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72.8%의 증가율을 보였던 IT산업은 올해 투자가 2.0% 감소했으며,내년에는 5.4% 더 줄어들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도 지난해에는 3.8%의 투자 증가세를 보였으나 올해 2.3% 감소한 데 이어 내년에는 16.7%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그나마 제조업체들의 설비투자 내용을 보면 생산 능력 확충이 0.5%,연구·개발(R&D) 투자가 4.3% 감소하는 반면 유지보수 자동화 등 합리화 투자만 7.7%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성장잠재력이 크게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우려된다. 또한 제조업체들의 43.3%가 투자 부진 이유로 수요 둔화,15.5%가 기존 설비 과잉을 들고 있어 조만간 투자가 회복될 가능성도 크지 않은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제조업체들의 경우 투자자금의 79.3%를 내부 자금으로 조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기업들이 돈이 없어 투자를 못 하는 사례는 크게 감소한 것으로 해석된다. 자동차(100%) 철강(94.4%) 조선(96.1%) 등 대기업의 내부 조달률은 80.1%에 달했고,중소기업은 66.0%로 대기업보다 14.1%포인트 낮았다. 송정환 산은 경제연구소장은 "내년 주요 기업의 설비투자는 증가세가 다소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기업 규모 간,부문 간 양극화 현상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