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일본이 제로금리를 언제 포기할 것인가와 제로금리 포기시 미국 달러가치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가 최대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현재 일본 내에서는 제로금리 포기문제를 놓고 크게 두 가지 견해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후쿠이 일본은행 총재는 이제 경기가 어느 정도 회복되고 있는 만큼 '제로금리를 포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고이즈미 총리를 비롯한 대부분 정부 각료들은 과거 성급한 소비세 인상이 경기회복세를 꺾은 경험을 들어 아직까지는 '시기상조'라고 반박한다.


최근 일본은행이 발표한 2006년 경제전망을 보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1%로 플러스로 돌아서고 내년에는 0.5%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성장률도 내년에는 1.8%로 지금의 회복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만약 이 전망이 그대로 실현된다면 제로금리를 포기할 수 있는 여건은 충족돼 있는 셈이다.


또 하나 논란이 되는 것은 제로금리를 포기할 경우 어떤 과정을 밟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하나는 여건만 충족된다면 제로금리부터 포기한 후 당좌예금 잔액을 축소하자는 급진적인 방안이다.


이 경우 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커 정치권의 반발이 예상된다.


다른 하나는 먼저 당좌예금 잔액을 줄여 초과지준을 해소한 후 제로금리를 포기해야 한다는 신중론이다.


이 주장은 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작아 정치권의 반발이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제로금리를 포기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단점이 있다.


눈여겨 봐야 할 것은 어떤 방안을 선택하든 간에 제로금리를 포기하려면 일정한 기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점이다.


따라서 일본은행이 제로금리를 포기할 경우 '당좌예금 잔액 축소→초과지준 해소→제로금리 유지→제로금리 포기' 등의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일본은행이 제로금리 포기를 결정한다 하더라도 실제로 포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현 시점에서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시나리오로는 2006 회계연도(2006년 4월∼2007년 3월) 상반기 정책회의가 열릴 4월에 제로금리 포기 여부를 확정한 후 10월에 열릴 하반기 정책회의에서 금리인상을 결정하는 안이다.


따라서 일본의 제로금리 포기 문제는 당장 대내외 외환시장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는 아니라고 판단된다.


다만 최근 미국 달러화의 실질실효환율 지수가 100을 넘을 정도로 고평가돼 있고, 무역적자 확대 속에 조기 금리인상 동결 가능성이 부각됨에 따라 달러강세 국면이 누그러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만약 내년 1월 중국의 시장조정자 제도 도입 이후 위안화 평가절상이 빠르게 진행되고, 2월 이후 버냉키 차기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취임한 상황에서 미국의 금리동결과 일본의 제로금리 포기 문제가 본격적으로 거론될 경우 달러강세가 약세국면으로 전환되면서원화 환율이 1000원 밑으로 하락하는 사태가 의외로 빨리 올 수 있다.


지난 13일에 열렸던 올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국제외환시장이 요동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시나리오에도 대비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