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보이지 않는 사직 압박에 못 이겨 사직서를 낸 근로자는 형식상 의원면직됐다 하더라도 해고당한 것으로 봐야 하며 정리해고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다면 해고를 무효화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박재윤 대법관)는 13일 쌍용자동차 해직 근로자 9명이 회사를 상대로 "형식상 의원면직이었지만 사실상 일방적으로 정리해고 당했다"며 낸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승소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 회사는 감축대상자를 일방적으로 선정하고 그들만을 대상으로 퇴직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사직을 종용했으며 끝까지 사직서를 내지 않은 사람들은 인사 불이익을 주다 모두 해고했다"며 "원고들은 사직 이외에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에서 사직서를 냈으므로 해고당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회사측은 해고회피 방법 및 해고기준 등에 대해 노조와 전혀 협의하지 않았으므로 정리해고 과정에 절차적 문제가 있다"며 "원고들은 동료 해고자들의 해고무효소송 결과를 기다려 소송을 낸 것이므로 퇴직금을 받은 뒤 2년이 지나 소송을 냈다 하더라도 회사측에 대한 신뢰원칙을 어겼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쌍용자동차는 인수자인 대우그룹이 부도위기에 처하자 1999년 8월 기업구조개선작업 대상기업이 됐으며 2000년 11월 채권기관협의회로부터 기업개선작업 약정을 연장받는 조건으로 과장급 이상 583명의 10%를 감축하기로 하고 원고를 포함한 근로자 58명에게 희망퇴직을 강력히 권고해 그해 12월말 전원 사직처리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희 기자 lilygarden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