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환익 < 산업자원부 차관 > 일명 '짝퉁 천국'으로 불리던 중국이 디자인 분야에서 거대한 용틀임을 하고 있다. 비즈니스위크 최근호는 3~4년 사이 중국 내에서 디자인에 대한 인식이 빠르게 변하면서 기업들이 자체 디자인실을 대폭 강화하고 있으며 디자인 컨설팅 회사도 수백 개씩 생겨나는 등 '디자인 붐'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중국 내에서 디자인 개발 붐을 이끌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의 경우 몇 년 사이 디자인 인력을 두 배 이상 늘렸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우리 기업들이 디자인력(力)을 과시하던 미국 우수산업디자인상(IDEA)에서 당당하게 수상하는 중국 제품도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 기업들의 디자인 현주소는 어디일까. 휴대폰 디지털가전 자동차 등 대기업 제품 디자인은 국제적인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이들 대기업이 보유한 디자인 인력은 가히 세계적이다. 문제는 중소기업이다. 지난해 디자인진흥원이 발표한 '제조업 분야 디자인 투자실태 조사'를 보면 디자인 인력을 보유한 중소기업은 전체의 2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동종업계와 비교한 디자인 경쟁력도 69%로 평가됐다. 산업 현장에서 중소기업 CEO들을 만나 보면 이들 중 많은 수가 아직도 디자인을 투자가 아닌 비용 개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기업에 디자인 솔루션을 제공하는 디자인 전문회사의 현실을 들여다보면 더 안타깝다. 2005년 말 현재 정부에 등록된 전문회사는 1100여개에 이르며 미등록 업체까지 포함할 경우 2500여 업체가 활동 중인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업체의 평균 매출액은 2.4억원에 불과하고 종업원 수도 평균 4.3명이다. 영국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매우 영세한 수준이다. 더욱이 최근 들어서는 외국계 디자인 회사가 국내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시장 규모는 제한적인데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내수 시장이라고 해서 안심할 단계는 지났다. 이에 따라 정부의 정책도 새로운 디자인 시장 창출,디자인 전문회사의 대형화 유도 등 건강한 경쟁문화가 싹틀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데 맞춰지고 있다. 얼마 전 폐막된 '디자인코리아 2005-세계 베스트 디자인전'처럼 국내 디자인 전문회사가 외국 유명 기업과 바이어를 대상으로 디자인 비즈니스를 벌일 수 있는 자리도 꾸준히 마련된다. 디자인 전문회사의 해외 진출을 도울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들도 준비되고 있다. 이달 초 발표된 '디자인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보면 오는 2010년까지 산업자원부 연구개발(R&D) 예산 중 디자인 부문 투입 비중을 현재의 1.1% 수준에서 3%까지 끌어올릴 예정이다. 디자인이 곧 경쟁력인 시대에 중소기업과 디자인 전문회사의 디자인 역량을 높일 수 있는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지혜가 필요한 때다. 외부 여건이 성숙되고 제도적인 장치를 통해 지원책이 마련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업계 스스로의 역량 강화가 우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