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오전 상하이 양산(洋山)항 개항식.이곳저곳 양산항을 살피던 기자의 눈에 담벼락에 걸린 커다란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이산부룽얼후(一山不容二虎)'.'산 하나에 주인 되는 호랑이는 단 한 마리뿐'이라는 뜻이다. 양산항이 컨테이너처리능력 2200만TEU를 갖춘 세계 최대 항구로 등장할 오는 2020년쯤 부산 홍콩 싱가포르 등 다른 아시아국가 항구는 '고양이'로 전락할 것이라는 뜻으로 읽혀져 섬뜩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양산항 개발 총책임을 맡은 양슝(楊雄) 상하이 부시장이 들려주는 그림은 그러나 이보다 더 크다. "단지 해상물류가 아닌 동북아 전체의 산업지도 차원에서 양산항을 봐달라"는 게 그의 주문이다. 양산항은 상하이 주변에 형성된 '창장(양자강)삼각주 산업클러스터'의 완성도를 높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IT 자동차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국제산업단지로 부상한 이 지역은 심수항이 없다는 게 단점이었다. 양산항은 이 문제를 극복, 창장삼각주 지역을 동아시아 최대 산업클러스터로 키우게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산업클러스터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어느 국가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세계의 기술과 자본은 최적의 생산환경, 시장여건을 찾아 이동하고 있다. 일본 오사카, 한국 수도권, 대만 신주(新竹), 중국의 주장(珠江)삼각주 및 창장삼각주 등 여러 지역이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양산항은 그 경쟁에서 창장삼각주에 날개를 달아준 것이다. 우리는 어떤가. 인천경제자유구역 추진은 몇 년째 겉돌고 있다. 우리가 인천경제특구에 외국대학교를 설립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논쟁을 벌이고 있을 때 중국은 '양산항 호랑이'를 키우고 있었고, 이웃 톈진(天津)은 빈하이(濱海)지역에 물류 금융 제조업 기반을 갖춘 제2의 푸둥(浦東)건설에 나섰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이라면 우리는 동아시아의 산업발전 흐름에서 일본은 물론 중국에도 뒤처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상하이=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