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51개월을 끌어왔던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공정거래법 위반혐의에 대해 공정위가 마침내 시정명령을 내렸다. MS가 컴퓨터 운영 프로그램인 윈도에 동영상 재생 프로그램인 미디어플레이어와 채팅 프로그램인 메신저를 끼워 판 것이 사건의 발단이 됐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는 MS에 330억원의 과징금(課徵金) 부과와 함께 이들 프로그램을 윈도에서 제거한 버전과, 관련 프로그램들을 새로 설치하고자 할 때 경쟁사 제품들도 함께 다운로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버전 등 두 가지 버전을 MS가 내놓아야 한다는 조치를 내렸다. MS 입장에서 보면 현재와 같은 버전 제공은 더 이상 안된다는 점에서 사실상 윈도의 코드 수정을 요구받은 셈이다. MS로서는 이 같은 결과는 내심 경계해 왔던 것으로 미국이나 EU 경쟁당국의 조치보다 더 강하다고 느낄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지루한 공방이 벌어졌지만 끼워팔기 자체가 문제되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또 EU의 경우는 경쟁당국이 MS에 분리된 버전 제공을 요구했지만 현재 버전까지 금지한 것은 아니란 점에서 그렇다. 따라서 MS는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보이고 그리 되면 이번에는 법정으로 옮겨져 다시 한번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사실 이번 사건은 간단히 결론내릴 수 있는 그런 사안이 아니다. 공정위 판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데서도 알 수 있지만 국가마다 경쟁법이 달라 보는 시각이 다를 수 있고, 끼워팔기 문제도 효율성이나 혁신의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는 경제학자들의 이론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컨버전스 추세에 있는 IT분야는 논란의 여지(餘地)가 그만큼 많을 수 있다. 어쨌든 공정위가 MS 행위를 불공정하다고 판단했다면 이에 합당한 조치를 내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마찬가지로 MS가 이를 수용할 수 없다고 판단해 소송을 제기한다면 그 또한 존중돼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런 과정 자체가 궁극적으로는 바람직한 경쟁풍토에 기여할 수 있고 IT산업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여기에는 국내기업이건 외국기업이건 그 어떤 차별도 없어야 함은 물론이다. 이와 더불어 일각에서는 이번 공정위 조치로 인해 국내 PC기업들에 새로운 비용 발생 등 부담이 추가되는 것은 아닌지, 또 한·미 통상문제로 비화되는 것은 아닌지 등에 대한 우려도 있는 만큼 정부는 이를 해소하는데도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