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시사회를 통해 14일 개봉 예정인 영화 '태풍'(감독 곽경택, 제작 진인사필름)이 첫선을 보였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견줄 만한 제작 스케일과 지구상 유일한 분단 국가인 한반도의 현실을 '가족애'를 바탕으로 한 감성에 실어 2시간여 동안 보는 이를 끌어당겼다. 관객 앞에서 휘몰아칠 '태풍'이 줄 공감대가 지레 짐작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영화는 남과 북에서 모두 버림받아 한반도를 향해 복수의 칼날을 드러내는 해적 씬(장동건)과 씬의 분노에 찬 질주를 막으려는 남한 장교 강세종(이정재)의 팽팽한 대결구도를 전면에 내세웠다. 장동건은 북에서 탈출해 남으로 건너오려 했으나 정치적 판단 때문에 다시 북에 되돌려 보내진 후 일가족이 몰살당한 아픔을 가슴 깊이 새긴 채 한반도를 향해 핵무기를 발사하려는 씬을 연기했다. 이를 통해 '친구'와 '태극기 휘날리며'를 통해 거푸 바꿔놓은 한국 영화 흥행사를 새로이 쓸 채비를 모두 마쳤다. 시사회가 끝나고 난 후 기자회견과 별도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그는 "아직도 내 영화를 처음 보는 순간은 집중해서 볼 수 없다. 여전히 내가 나오는 장면에선 고개를 들지 못하겠다"는 말로 영화 속과 전혀 다른 떨리는 마음을 표현했다. 장동건은 "우리가 전할 메시지는 충분히 전달됐다고 믿는다"면서 "이제 선택과 영화에 대한 판단은 보시는 분들에게 맡겨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강세종이 물이라면, 씬은 불처럼 폭발하는 배역이라고 했다. 시사회 전 인터뷰에서 그는 "이 장면에서만큼은 폭발하지 않고 꾹꾹 참는 게 낫다고 생각했으나 감독님의 의견을 좇아 역시 폭발시켰다"고 언급한 장면은 어린 시절 헤어진 누나 최명주(이미연)와 재회한 장면이었다. "이 장면에서 씬이 왜 그토록 심한 복수심을 갖게 됐는지, 그러나 씬 역시 가슴이 따뜻한 사람이라는 점에 대한 공감이 이뤄져야 했습니다. 대본을 받아쥔 순간부터 이 장면이 가장 중요한 장면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지요. 원래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연기했는데, 감독님 의견대로 폭발하는 게 씬을 설명하는데 더 나았던 것 같습니다." 여기서 장동건은 치밀어오르는 슬픔을 점점 더 충혈돼오는 눈과 그 눈에 맺힌 한방울 눈물로 표현한 후 버럭 소리를 지른다. 물과 불이 만나는 지점이다. 이정재와의 대결 장면에 대해서는 "끝까지 나를 쫓아온 강세종을 두고 '저 놈도 나랑 똑같은 놈이구나'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라며 "그래서 그런 절정으로 치달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긴장감이 묻어 있는 목소리였지만 그는 "그래도 '친구'때보다는 (칼을) 덜 먹어서 그나마 낫지 않느냐"는 말로 분위기를 바꾸었다. 마지막으로 장동건은 "앞으로도 한동안은 '태풍'에 젖어살 것 같다"는 말로 지난 1년간 매달렸던 '태풍'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가희 기자 ka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