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법안 처리가 난항(難航)을 거듭하고 있다. 여야는 물론 노동계와 재계의 의견이 크게 엇갈리면서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까닭이다. 결론부터 말해 비정규직 법안은 이번 국회서 반드시 처리돼야 한다. 열악한 근무조건에 시달리는 비정규 근로자가 540만명(정부 추계,지난해 8월 현재)에 달하는데다 매년 80만명씩 증가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이들의 권리 보호는 정말 시급하기 짝이 없다. 게다가 이번 국회서 처리하지 못할 경우 당분간 입법이 불가능하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내년부터 지방선거와 대선정국이 이어지면 정치권이 민감한 비정규직 법안처리를 달가워할 리 없고 그리 되면 법안 처리는 18대 국회에서나 기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정부는 물론 정치권 재계 노동계가 연내 입법의 필요성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라고 본다. 하지만 입으로만 연내 입법을 외칠 뿐 이를 성사시키려는 노력은 부족한 형편이니 참으로 실망스럽기만 하다. 특히 노동계의 한 축을 이루는 민노총의 대응방식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대책없는 원칙론만 고수하며 강경투쟁 일변도로 치달으니 과연 법안처리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문스러울 지경이다. 만일 민노총 주장대로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사유를 제한한다면 수많은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결과로 연결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이치다. 그런 점에서 현실적 여건을 반영한 수정안을 내놓으며 대화와 타협의 의지를 보인 한국노총의 자세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 문제는 정부안이든 한국노총 수정안이든 재계로서는 인건비 부담 급증으로 직결되는 대단히 부담스런 내용이라는 점이다. 정규직의 고용경직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비정규직마저 대거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야 한다면 이를 견뎌낼 기업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재계가 기간제 근로자 문제는 사적자치원칙에 의거,계약당사자들에게 맡겨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것도 그런 연유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어쨌든 이제는 법안 처리를 더이상 미룰 여유가 없다. 비정규직 법안이 처리돼야만 노사로드맵 등 산적(山積)한 현안도 보다 원활히 추진될 수 있을 것이다. 여야와 노사는 이번이야말로 마지막이라는 분명한 인식 아래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누고 서로 한발씩 양보하면서 반드시 절충과 합의을 이뤄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