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10층 이벤트 홀.70여평 규모의 홀 안을 가득 메운 300여명 주부들의 힘찬 박수와 함께 낯익은 인물이 등장했다.


방송에서 활동 중인 요리전문가 김하진씨.전재승 시인의 시,'가을시 겨울사랑'을 낭독하는 것으로 오프닝 멘트를 대신한 그는 다양한 연어요리들을 간단한 연극 형식으로 소개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관객들의 탄성과 함께 초록과 빨간색으로 바뀐 조명이 무대 위를 화려하게 수놓는 가운데 '한상원 슈퍼밴드'가 제임스 브라운의 'Papa's got a brand new bag' 블루스곡 연주와 노래로 분위기를 달궜다.


이쯤되면 현대백화점이 국내 처음으로 시도하고 있는 '쿠킹 라이브쇼'인 '토크 앤 토크(Toque & Talk)' 현장은 요리강습회인지 가을 콘서트장인지 분간이 어려울 정도다.


"연어 탕수를 튀길 때 바로 튀김을 국자로 쳐주면 더욱 바삭바삭해집니다." 5분여 동안의 '미니 콘서트'에 이어 김하진씨의 연어 탕수와 스모크 연어 샌드위치,연어 스테이크 등 본격적인 요리강습이 시작됐다.


연어 스테이크 요리가 불에 올려지는 것과 동시에 비비킹의 'Everyday I have the blues',프린스의 'Kiss' 등 감미로운 블루스곡 연주와 노래가 또한번 관객들을 감동으로 몰아넣는다.


연주를 배경으로 바리스타(즉석 커피 전문가) 이영민씨의 늦가을에 어울릴 만한 에스프레소에 대한 설명과 제조법이 곁들여졌다.


서울 송파구에서 온 이지영씨(26)는 "일반 요리강습회에서 볼 수 없는 색다른 경험이었다"고 즐거워했다.


요리전문가와 인기 밴드들을 초청,콘서트장에서 요리강습을 듣는 분위기를 연출하는 '콘서트형',집에 개인 스튜디오를 만들어 강습하는 '프라이빗 쿠킹 클래스(private cooking class)' 등 고품격 웰빙 요리강습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쿠킹 라이브 쇼는 지난 8월 말 처음 선보인 뒤 이번이 4회째다.


백화점 VIP고객을 대상으로 한 이번 행사는 참가비가 5만원.매번 접수 당일 매진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일반 가정집에서 유명 요리 전문가가 10명 이하의 소수를 대상으로 하는 사설 요리강습도 성행하고 있다.


르 꼬르동 블루나 라 퀴진 등 유명 요리 스쿨을 졸업한 강사들은 별도로 학원을 열지 않고,자신의 집을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로 꾸며 놓고 '프라이빗 쿠킹 클래스'를 열고 있다.


이들 요리강습은 정원을 5~8명으로 제한한다.


인터넷상에서 '노아'로 더 잘 알려진 서울 압구정동 김은경씨나 분당의 '장금이'로 통하는 최정화씨 등이 운영하는 공개 강좌는 수강료가 강습 1회당 5만원 선.강의는 전문가의 시연을 보고 레시피(조리법)를 전수받은 뒤,만든 음식을 나눠먹는 방식으로 2시간가량 진행된다.


수강생은 강남 분당 등지의 전업주부들이 대부분이다.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자리가 없을 정도다.


분당에 사는 김미정씨(34)는 "요리를 배우는 것도 좋지만 사교 모임으로도 손색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명문가 며느리들이 자주 찾는 A씨나 전직 대통령의 전속요리사였던 B씨 등이 성북동,강남 등지에서 여는 '비밀과외'는 수강료가 시간당 최고 40만원에 이른다.


이들은 외부 노출을 극도로 꺼려 알음알음으로 찾아온 소수의 수강생에게만 비법을 전수한다.


경제부처 서기관의 아내인 최모씨는 "요리도 요리지만 이런 곳을 다니다보면 사회 명사의 부인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어 즐겨 찾는다"고 귀띔했다.


김동민·차기현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