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남 < 서울산업통상진흥원 대표 > 대한민국 최대의 패션축제인 '2006 봄·여름 서울컬렉션'이 지난주 막을 내렸다. 이 행사에는 한국 패션의 주요단체인 패션협회 SFAA KFDA NWS 등이 모두 참여했다. 컬렉션은 새로운 견본을 전시해 주문을 받으려는 고급 의상점의 신작발표회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열흘간 펼쳐진 이번 행사의 의의는 그동안의 보여주는 행사에서 벗어나 해외 바이어들의 제품 수주 기능이 더해진 국제 비즈니스의 장으로 만든 데서 찾아도 좋을 것 같다. 실제로 이 행사를 통해 우리는 세계 각국의 바이어들을 끌어들여 상당한 수출계약 성과를 올렸다. 패션산업의 꽃으로 불리는 컬렉션은 이미 선진국들이 국가 차원에서 적극 장려 육성하는 산업이 됐다. 이른바 세계 4대 패션국가인 프랑스(파리),미국(뉴욕),영국(런던),이탈리아(밀라노)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도시에서는 각각 그 도시 이름을 딴 컬렉션을 통해 패션 제품의 고부가가치 유도,유능한 디자이너 발굴,홍보·관광·액세서리 등의 수많은 연관 산업들의 발전을 촉진시켜 도시 및 국가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우리의 경쟁 상대이기도 한 스페인 일본 멕시코 호주 중국 등도 이런 노력에는 뒤지지 않는다. 우리도 물론 뒷짐만 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추계 서울컬렉션을 모든 패션그룹이 동참하는 통합컬렉션으로 개최한 것을 계기로 서울시 및 패션협회 등과 함께 더 많은 유력 바이어나 전문 언론인들을 섭외 초청함으로써 국제 비즈니스 기능을 한층 강화하는 데 노력했다. 그러나 서울컬렉션이 선진국 수준의 컬렉션으로 도약하려면 정부의 패션정책이 대구 '밀라노 프로젝트' 같은 지역특화산업 전략에서 과감하게 벗어나야 한다. 최근 정부의 지원과 스폰서가 없어 패션쇼를 못하는 디자이너가 늘고 있다는 런던컬렉션의 현실과,시의 적극 지원과 함께 영화 관련 대기업들의 후원으로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뉴욕컬렉션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 한국도 이제 컬렉션을 국가 차원에서 지원 육성해야 한다. 컬렉션은 비단 특정 도시만의 브랜드가 아니라 국가경쟁력과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국가브랜드이기 때문이다. 독창적인 디자인의 개발,정부와 자치단체의 지원 및 대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한 홍보마케팅의 강화,신진 디자이너의 육성,주관기관의 효율적인 운영,그리고 이들 간의 긴밀한 협조관계 구축 등 전 국가적인 시스템을 정착시켜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브랜드로 키워나가야 한다. 이런 노력이 결실을 맺으면 서울컬렉션도 곧 세계 5대 컬렉션으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