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영어가 좋아 토익 동호회를 열심히 운영하다 보니 취직은 절로 되더라구요."


삼성그룹 계열 인터넷교육업체 크레듀가 토익 콘텐츠 개발을 위해 지난해 설립한 영어교육연구소의 강지완 소장(29)은


입사 당시부터 화제를 뿌렸다.


일단 강 소장은 '소장' 직함을 달기에는 너무 어린 20대 후반이다.


단국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그 흔한 석사학위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대우는 파격적이었다.


강 소장이 크레듀 영어교육연구소 소장으로 부임한 것은 지난해 6월. 당시 28살이었던 그의 경력은 필라코리아 경영지원팀 근무경력 1년뿐이었다.


크레듀는 사회 초년생인 그에게 '대리' 직급,'부장' 수준의 연봉을 제시했다.


임세훈 크레듀 부장은 "회사정책상 강 소장의 정확한 연봉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2년차인 올해의 경우 인센티브를 합해 고참 부장의 평균연봉 이상을 받게 된다"며 "경력이 1년뿐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만큼 업무처리가 깔끔하다"고 말했다.


강 소장이 이처럼 좋은 대우를 받는 것은 그가 포털사이트 다음에 개설돼 있는 인기 온라인 토익동호회 '토익 900을 위해'(cafe.daum.net/4toeic) 운영자이기 때문이다.


강 소장은 이 동호회를 2001년 개설해 5년여 동안 운영해 왔는데 25일 현재 동호회 회원수가 51만7417명에 달한다.


"처음에는 군대에서 무료함도 달랠 겸,장기인 영어실력을 남들과 나눌 겸 가벼운 마음으로 동호회를 개설했지요.


하지만 회원들의 질문이 계속 올라오자 재미가 쏠쏠하더라고요.


회원들이 고맙다고 보내는 '아바타'(온라인상의 캐릭터로 유료상품) 선물을 받을 때는 보람도 컸죠.


하루 5시간 정도는 회원들의 질문에 답하는데 썼을 겁니다.


열심히 하자 효과가 금방 나타났어요.


온라인 상에서 '무슨 질문이든 답해주는 카페'로 알려지게 됐고 2001년 말 회원수가 1만명을 돌파했습니다."


강 소장이 동호회 사이트에 올렸던 글들을 토대로 썼던 토익서적도 '대박'을 터뜨렸다.


'토익 900 뽀개기''LC 실전연습 1200제''토익 900 뽀개기 Part5.6 실전연습' 등의 교재는 모두 10만권이 팔려나갔다.


동호회로 쌓은 브랜드가 서적 판매에 적지않은 영향을 끼친 것.강 소장도 처음부터 '영어도사'였던 것은 아니었다.


그는 수학능력시험 모의고사를 보면 외국어 영역 점수가 가장 낮았고 대학 1학년 때도 외국인과 일상회화가 어려울 정도로 영어를 못했다고 한다.


그의 영어실력은 순전히 대학에 들어온 후 새로 쌓은 것이다.


"대학 2학년부터 3학년까지는 영어에 미쳐 살았어요.


화요일과 목요일은 원어민 회화수업을 도강했고 월요일과 수요일 금요일은 원어민 교수 방에 찾아가 집에 가라고 등을 떠밀 때까지 말을 붙였습니다.


그렇게 하니 돈 한푼 안들이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원어민이 구사하는 영어를 들을 수 있더라고요.


그렇게 2년쯤 공부하다 보니 토익시험 수준의 영어는 우스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강 소장은 대학 후배들을 만날 때마다 "한 우물을 끈기 있게 파다 보면 언젠가는 좋은 일이 생긴다"고 충고한다.


"많은 학생들이 영어를 공부하다 벽에 부딪히면 '난 안된다'며 때려 치우는게 제일 안타까워요.


대개 그 고비만 넘어가면 영어실력이 확 느는데 학생들이 그걸 모르는 겁니다.


해뜨기 직전이 제일 깜깜한 법이에요.


하지만 그 순간이 지나면 태양은 결국 뜨지요."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