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에 개명(改名) 신청을 한 사람에게 범죄 은폐나 법적 제재 회피 의도가 없다면 개인 의사를 존중해 원칙적으로 개명을 허가해야 한다는 대법원 결정이 나와 앞으로 이름 고치기가 한결 쉬워질 전망이다. 대법원 2부(주심 이강국 대법관)는 23일 K(35)씨가 "이름에 쓰인 한자가 희귀한 글자여서 혼동이 일고 여자 이름으로 착각되는 경우가 많다"며 낸 개명신청에 대해 "개명을 허가할 사유가 없다"는 이유로 불허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성명권은 헌법상 행복추구권과 인격권의 내용을 이루는 것이므로 본인의 주관적 의사가 존중돼야 한다"며 "개명허가 여부를 결정할 때는 사회적 혼란과 부작용 등 공공적 측면 뿐 아니라 개명 신청인 본인의 주관적 의사와 개명의 필요성 등 개인적 측면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름은 통상 부모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되고 그 과정에서 본인의 의사가 개입될 여지가 없어 본인이 그 이름에 대해 불만을 갖거나 심각한 고통을 받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경우에도 평생 그 이름을 갖고 살아갈 것을 강요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도 없고 합리적이지도 않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름이 바뀌더라도 주민등록번호는 바뀌지 않아 법률관계의 불안정은 그리 크지 않고 법인은 개인보다 사회ㆍ경제적 이해관계가 큰 데도 쉽게 이름을 바꿀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개명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을 이유로 개명허가 요건을 엄격히 하면 헌법상 개인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할 수 있으므로 범죄 은폐나 법적제재 회피 등 불순한 의도가 없는 한 원칙적으로 개명을 허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씨는 이름에 사용된 `분(水변에 本)'자가 통상 사용되는 한자가 아니어서 `본'으로 잘못 읽히거나 컴퓨터 등을 이용한 문서작성에 어려움을 겪으며 자신의 이름이 여자 이름으로 혼동될 소지가 있다며 개명신청을 했지만 의정부지법이 "개명을 허가할 사유가 없다"며 기각하자 대법원에 상소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희 기자 lilygarden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