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가 독일 정치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기고 22일 퇴임했다. 지난 98년 총선에서 독일 정치의 거목인 헬무트 콜 당시 총리를 물리치고 사상 처음으로 선거를 통한 정권교체를 이룩한 슈뢰더는 2002년 총선에서도 예상을 뒤엎고 재집권에 성공했다. 슈뢰더는 경제 침체와 당내 좌파 세력의 반기로 궁지에 몰려 선택한 조기 총선 승부수에서는 실패함으로써 총리 재임 7년만에 퇴진하게 됐다. 퇴임 이후 슈뢰더의 앞날에 대한 추측이 무성한 가운데 슈뢰더는 하원의원직도 포기할 것이라고 밝혀 정계 은퇴 의사를 표명했다. 당초 슈뢰더는 총리직 퇴임 이후에도 의원직은 유지하면서 당내 원로로 정치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돼 왔으나 의원직 사퇴로 정치 활동 가능성은 그만큼 줄어들었다. 슈뢰더는 최근 사민당(SPD) 당원들에게 행한 고별 연설에서 "나는 자유세계의 자유인"이라고 말해 앞날의 활동에 대한 여운을 남겼다. 슈뢰더는 정치에 입문하기 전에 변호사로서 경력을 쌓았다. 고향인 하노버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던 슈뢰더는 하원의원에 당선됐으며 나중에 니더작센주 주총리에 올 랐다. 슈뢰더는 퇴임 이후에 우선은 변호사직에 복직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독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슈뢰더는 베를린에 변호사 사무실을 열 계획을 갖고 있으며 이에 따라 베를린 중심가에 이미 사무실 자리를 물색해 놓았다고 한다. 그러나 그가 변호사 사무실을 다시 연다고 해도 변론을 하기 위해 법정에 나설 것으로 보는 사람은 없다. 많은 사람들은 그래서 슈뢰더가 변호사 타이틀을 유지하면서 대기업의 고문이나 이사 등으로 활동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9월 18일 총선에서 집권 사민당이 패 배한 직후 한 때 슈뢰더가 러시아 국영 천연가스회사인 가즈프롬의 고문으로 갈 것 이라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슈뢰더와 절친한 친구 사이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 아 대통령이 그에게 자리를 마련해줄 것이라는 근거에서 나온 소문이다. 슈뢰더는 이를 즉각 부인했지만 독일 내외의 기업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그에게 자리를 줄 것 이라는 추측은 아직도 유효하다. 심지어는 슈뢰더가 뉴욕 금융가에 진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슈뢰더 총리는 과거에 뉴욕에 대한 애착을 표명한 바 있으며 그의 부인 도리스 쾨퍼 여사가 뉴욕에서 몇 년 간 살았으며 그의 딸이 뉴욕에서 태어난 사실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샌디 웨일 시티그룹 회장과 친분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슈뢰더는 퇴임을 앞두고 영어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 이 밖에도 지인들의 입을 통해 슈뢰더가 퇴임 후에 화가가 되려 한다느니, 기업 경영인이 될 것이라느니, 혹은 신문 발행인이 될 것이라는 등 다양한 견해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슈뢰더의 전기 작가인 위르겐 호그레페는 그가 당분간은 느긋하게 앞으 로 할 일을 관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호그레페는 슈뢰더가 독일을 평화국가로 자리매김하고 경제개혁을 추진할 용기 를 가진 총리로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말하고 그는 이제 휴식을 취하면서 인생 을 즐길 것이라고 전했다. 슈뢰더는 퇴임 직후부터 자서전을 쓰기 시작해 내년 가을께는 자서전을 출간할 것으로 전해졌다. (베를린=연합뉴스) 송병승 특파원 songb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