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랠리 기대감에 부풀어 올랐던 주식시장이 '인텔 쇼크'에 발목을 잡혔다. D램을 비롯한 각 부문에서 삼성전자[005930], 하이닉스[000660]와 경쟁을 벌여온 마이크론이 세계 최대 반도체 회사 인텔과 합작사를 설립, 급성장중인 낸드 플래시 시장을 잠식할 것임을 공언하고 나서면서 이들 두 종목은 물론, 반도체 관련주들이 22일 오전 시장에서 일제히 하락, 시장 전반의 급락세를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연말 성수기임에도 D램 시장이 기대만큼 풀리지 않고 내년에도 여전히 위축될 것임이 예견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간 반도체주의 강세를 지탱해 온 낸드 플래시 부문의 악재 돌출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일제히 기술주 매도에 나선 탓에 시장에 미치는 악영향은 더욱 크게 나타나고 있다. ◆ 인텔-마이크론 합작사 주가엔 단기 악재 현재까지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낸드 플래시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정보기술(IT) 시장조사업체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3.4분기 낸드 플래시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14억9천만달러의 매출을 기록, 세계 시장의 50.2%를 장악하고 있으며 하이닉스도 3억9천1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한 반면, 마이크론은 전분기 대비 400% 증가세를 기록했지만 외형규모는 1억달러선에 불과한 실정이다. 외신에 보도된 내용을 종합해보면 이런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합작사 'IM플래시'에 인텔과 마이크론은 12억달러씩을 투자해 49%, 51%씩 지분을 보유한 뒤 향후 3년간 14억달러를 추가 투자하게 된다. 일단 시장에서는 '인텔'이라는 이름값이 줄 충격, 그리고 새로운 시장참여자로 인한 마진 압박 가능성 등 불확실성 요인의 증대로 반도체주의 주가에 단기적으로 악재가 될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증권은 이날 코멘트에서 IM플래시가 세계 최대 반도체업체 인텔의 공정기술과 마이크론의 메모리 기술의 결합으로 만만치 않은 조합이라고 평가하면서 이 회사의 생산규모가 2008년 낸드 플래시 예상수요의 25%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CJ투자증권 이민희 애널리스트도 IM플래시외에 AMD와 인피니온 역시 합작으로 낸드 플래시 진출 가능성이 있음을 거론하면서 "삼성전자, 하이닉스의 투자심리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한국 업체, 경쟁력 만만치 않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IM플래시가 낸드 플래시 시장의 구도를 바꿔놓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국내 증권사의 반도체산업 분석가들은 회의적인 견해가 우세하다. 하나증권 이선태 애널리스트는 "역설적으로 인텔이 마이크론이라는 파트너와 손을 잡은 것 자체가 삼성과 직접 겨룰 자신이 없는 것을 반증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며 "경쟁자의 출현으로 낸드플래시 메모리에서 삼성이 누려온 마진폭이 어느 정도 줄어들 수는 있겠으나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적다"고 전망했다. 미래에셋증권 임홍빈 이사는 나아가 "D램 영업이익률 0% 전후의 업체가 낸드 플래시 생산능력의 우위를 점한다는 것은 넌센스"라고 마이크론의 도전을 '평가절하'하면서 "그것도 2007년에 가동될 것이므로 진입이 너무 늦다"고 지적했다. 임 이사는 아울러 급성장하는 시장규모를 감안하면 이 정도 투자로는 시장 잠식정도도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향후 낸드 시장은 현재의 '1강(삼성전자)+1중(도시바)+기타'에서 1강(삼성전자)+3중(도시바, 하이닉스, 인텔-마이크론)의 구도로 바뀔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삼성전자 등 한국업체들의 시장지배력 우위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수.김중배 기자 jsking@yna.co.kr jb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