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도청 사건' 피의자였던 이수일 전 국정원 2차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을 계기로 대형 의혹 사건에 직ㆍ간접 관여한 저명인사들의 과거 자살이 수사나 재판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그동안 대형 비리 의혹과 관련해 주요 피내사자, 피의자, 참고인 등이 자살하거나 사망한 뒤 진상 규명은 차질을 빚거나 사건이 미궁에 빠져버리는 사례들이 심심찮게 발생했다. 2000년 이후 검찰조사를 받은 저명인사의 첫 자살로 기록된 장내찬 전 금감원 국장의 경우 `정현준 게이트'를 규명할 핵심인물로 지목돼 검찰의 수배를 받다가 2000년 10월31일 서울 시내 한 여관에서 돌연 변사체로 발견됐다. 이로 인해 장씨가 동방금고의 실질적 소유주였던 이경자씨로부터 동방금고에 대한 금감원 특별검사를 막고 운영 부실로 대표가 면직된 대신금고에 대한 재심신청을 선처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IT업체 주식을 넘겨받았다는 의혹은 그대로 묻혀버렸다. 이씨는 이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및 횡령과 뇌물공여, 제3자 뇌물교부 등의 혐의로 기소돼 징역 7년을 선고받았지만 장씨에게 IT업체 주식을 시세의 약 3분의 1 가격에 넘기고 뇌물을 줬다는 의혹은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다. 2003년 8월 4일에는 현대그룹 비자금 사건으로 대검 중수부의 조사를 받던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이 투신 자살해 현대 비자금 150억원 수수의혹을 둘러싼 박지원씨 등 실세 정치인들에 대한 수사가 난관에 봉착하기도 했다. 박씨는 이후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됐으며 1ㆍ2심에서 현대측에 비자금 150억원을 요구해 전달받은 공소사실이 인정돼 징역 12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2월에는 안상영 전 부산시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 수감돼 재판을 받다가 구치소에서 목을 매 숨지자 검찰이 소를 취하했고 재판부는 사망 6일만에 피고인 사망에 따른 공소기각 결정을 내리고 재판을 종결했다. 한 달 뒤인 지난해 3월에는 3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하고 그 중 일부를 정치권에 불법 제공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혐의로 수 차례 검찰 조사를 받았던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이 한강에 투신해 숨져 비자금 조성 및 불법 정치자금 제공 등 혐의에 대한 수사가 중단됐다. 지난해 4월 말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재직시 인사ㆍ납품비리 의혹으로 서울남부지검에서 조사를 받던 박태영 당시 전남지사가 한강에 투신 자살해 수사가 중단됐으며 그 해 6월 초에는 뇌물수수 혐의로 내사를 받던 이준원 전 파주시장이 역시 자살해 검찰 수사가 핵심 당사자에 대한 수사 없이 마무리됐다. 하지만 검찰은 국정원 도청 사건의 경우 이수일 전 차장이 핵심 피의자나 참고인이 아니었기 때문에 자살과 무관하게 진상규명이나 공소유지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갖고 있어 향후 수사 행보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기자 z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