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아시아 외교에서 실패했다는 비난이 일본 내에서 거세지고 있다. 일본 정치권 원로인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와 미야자와 기이치 전 총리는 고이즈미 일본 총리의 아시아 외교 실패를 한목소리로 비판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20일 보도했다. 나카소네 전 총리는 자민당 창당 50주년 기념 회견에서 "야스쿠니 신사참배 영향으로 국제회의가 없어지면 이웃나라 정상과도 만날 수 없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미야자와 전 총리도 가장 걱정되는 현안으로 중국과의 관계를 들며 "아시아 외교에서 그다지 좋은 느낌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요미우리신문은 고이즈미 총리가 18일 노무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가진 뒤 연말 예정됐던 노 대통령의 일본 방문 가능성에 대해 "그것은 모른다. 노 대통령이 판단할 일"이라고 말했다고 19일 보도했다. 이어 "정상회담은 서먹서먹한 분위기에 휩싸였으며 한국측이 불쾌감을 강력히 나타냈다"며 양국 관계가 회복될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또 만찬에서 고이즈미 총리와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의 냉랭한 관계가 다시 한번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리자오싱 중국 외교부장에 따르면 두 정상은 만찬 도중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고이즈미 총리가 다음 달 동아시아 정상회의 등에 참석하기 위해 말레이시아에 갈 예정이지만 "아시아는 복잡한 시선을 던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사설에서 고이즈미 총리가 "일·미 관계가 좋을수록 다른 나라와의 관계도 좋아진다고 말했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다는 것은 지금 일·한,일·중 관계를 보면 명확하다"고 비판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