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개성상인' 기업으로 불리는 동양제철화학이 보수이미지를 벗고 해외기업을 인수·합병(M&A)하는 등 공격경영에 나섰다.


동양제철화학은 16일 JP모건 계열의 사모펀드인 OEP사와 공동으로 세계 3위의 카본블랙 생산업체인 미국의 컬럼비안케미칼을 인수한다고 밝혔다.


이 회사의 창업자인 이회림 명예회장(88)은 최근 자신이 보유했던 동양제철화학 계열사 지분을 장남인 이수영 회장(63·경총 회장)에게 물려줬다. 또 차남 복영씨(58)에게 계열사인 삼광유리공업을,3남인 화영씨(54)에게는 유니드의 경영을 맡겼다. 이에 '이수영 회장 체제'로 2세 구도를 정리한 동양제철화학이 기업확장에 본격 시동을 건 것.


이를 위해 15일(현지시간) 컬럼비안케미칼의 모기업인 펠프다지사와 지분 100% 양수도를 위한 본계약을 맺었다. 펠프다지사측은 컬럼비안케미칼의 매각 대금이 6억달러 선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동양제철화학은 컬럼비안케미칼을 사들이기 위해 공동매입펀드인 OEP와 함께 자본금 2억5500만달러(약 2655억원) 규모의 합작지주회사를 세우기로 했다. 동양제철화학은 지주회사에 1769억원을 투자,66.67%의 지분을 확보하며 OEP사가 나머지 886억원을 투입한다. 동양제철화학은 투자금 1769억원 중 1041억원의 돈을 OEP사로부터 증자와 차입 등을 통해 조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조지아주에 본사를 둔 컬럼비안케미칼은 고무·산업용 카본블랙 생산 세계 3위 업체(연간 생산능력 110만t)로 미국 캐나다 독일 한국 등 9개국에 12개 공장을 두고 있다. 동양제철화학은 자사의 생산능력 20만t을 합쳐 모두 연산 130만t의 카본블랙 생산능력을 보유,미국의 캐봇(206만t)과 독일 데구사(135만t)에 이어 세계 3위의 생산업체로 올라서게 된다.


카본블랙은 고무제품의 필수 원료로 고무의 내마모성을 강화시켜주는 소재로 타이어용이 전체 생산량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한다.


동양제철화학 관계자는 "이번 인수를 통해 세계적인 기술력을 확보하고 글로벌 마케팅 능력을 높일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도 신규사업 발굴 및 M&A를 통해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보수경영을 하면서도 주력업종엔 과감히 'M&A 베팅'에 나서는 개성상인 특유의 과단성을 보이고 있다.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