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대방동에 사는 이종민씨(54)는 지난 9월 인터넷 직거래 사이트에 다세대주택을 급매물로 내놓았다가 황당한 일을 당했다. 한 부동산업체에서 전화를 걸어 "사고자 하는 사람이 있으니 '부동산중앙협의회'가 발급하는 시세확인서와 '대한주택평가회'의 주거환경평가서를 발급받아 오면 당장 거래를 성사시키겠다"며 꼬드겼다. 급하게 팔아야 할 상황이었던 이씨는 별다른 생각 없이 부동산업체에서 알려준 대로 두 단체에 서류 수수료 명목으로 32만원을 입금했다. 그 뒤로는 부동산업체와 연락조차 되지 않았다. 8·31 부동산종합대책 이후 생활정보지나 인터넷에 급매물을 내놓은 이들에게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수수료만 챙긴 뒤 달아나는 부동산 매매알선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소비자보호원은 올들어 10월까지 이 같은 피해 사례가 63건 접수됐다고 16일 밝혔다. 소보원에 따르면 사기성 부동산업체는 매도인에게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며 40만원에서 많게는 300만원까지 수수료를 요구한다. 심지어 가짜 원매자를 내세워 곧바로 매매가 이뤄질 것처럼 가장하기도 했다. 속아 넘어간 피해자들이 차명계좌로 수수료를 입금하면 연락을 끊어 버린다. 소보원 관계자는 "사기성 부동산업체들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시세확인서나 주거환경평가서는 공인된 기관에서 정식으로 발급하는 서류가 아니고 법적 효과도 없다"고 말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