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의 현금 보유액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지분율 증가에 따른 경영권 위협도 한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삼성경제연구소는 16일 '기업 현금보유 수준의 진단 및 시사점'이란 보고서에서 "국내 310개 상장기업의 지난해 현금보유액은 36조1000억원으로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17조6000억원에 비해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기업들은 외환위기 이전에는 보유 현금보다 2배 정도 많은 투자를 했으나 최근에는 투자 규모가 보유 현금의 60∼70% 수준으로 줄었다는 것. 이처럼 기업들이 벌어들인 돈을 투자에 쓰지 않고 현금으로 쌓아두는 것은 외환위기 이후 외국인 지분율 증가에 따른 경영권 위협 증대도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 조사대상 기업들 중 현금비율이 상승한 기업들은 외국인 지분율이 1999년 6.3%에서 지난해엔 12.9%로 크게 늘어난 반면 현금비율이 하락한 기업들의 외국인 지분율은 같은 기간 5.5%에서 8.7%로 소폭 증가에 그쳤다. 이계화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기업들이 쌓아 놓은 막대한 현금을 설비투자로 유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영권 안정 장치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