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지명자는 15일(현지시간) 상원 금융위원회의 인준 청문회에서 "그린스펀 의장이 펴온 통화정책의 근간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지론인 '인플레이션 타게팅(물가관리 목표제)'을 서둘러 도입하지 않고 물가 안정과 고용 창출이라는 FRB의 목표를 충실히 수행하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다.


이 같은 발언으로 미뤄 FRB의 금리 인상 정책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그린스펀 의장과 달리 주요 사안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비교적 명쾌하게 밝혔다.



◆현 통화정책 유지


버냉키 지명자는 기조연설에서 "그린스펀 의장이 취해온 통화정책을 계승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또 "인플레이션 타게팅이 장기적 측면의 인플레 진정을 위해 장점이 많다"면서도 "충분한 협의를 거쳐 공감대가 형성돼야만 도입이 가능할 것"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현재의 통화정책 기조를 쉽게 흐트러뜨리지 않을 것임을 천명한 셈이다.


그는 특히 "FRB의 목표인 물가 안정과 완전 고용이 성취될 때가 인플레이션 타게팅을 도입할 시점"이라고 밝혀 일부에서 지적해온 '물가 편향(매파)'이니 '성장 편향(비둘기파)'이니 하는 논란도 잠재웠다.


이 같은 발언은 공화당과 민주당은 물론 시장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 무난하게 인준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의 발언으로 미뤄 FRB의 금리 인상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월가에서는 오는 12월13일과 내년 1월30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방기금 목표금리를 0.25%포인트씩 추가 인상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그러나 버냉키 지명자가 이날 "근원 물가가 잘 관리되고 있으며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도 잘 억제돼 있다"고 말한 점에 비춰 버냉키가 취임한 이후 한두 차례 더 금리를 올린 뒤 금리 인상 행진을 중단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분명히 선그은 자신의 역할


버냉키 지명자는 이날 "어떤 정치적 영향으로부터도 엄격한 독립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FRB 본연의 역할에만 충실할 것이라는 방침도 시사했다.


그는 이날 환율정책,경상수지,재정적자 등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두루 언급했다.


구체적으로는 △외국 자본의 미국 투자 매력이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며 △중국은 환율에 좀 더 유연성을 부여해야 하고 △베이비 부머들의 은퇴에 대비해서라도 재정적자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환율정책은 재무부가 주도해야 한다며 분명한 선을 그었다.


경상수지 적자에 대해서도 "FRB는 큰 역할을 할 수 없고 필요한 요소들이 잘 작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감세 정책 등 다른 정책에 대해서도 말을 아끼려는 노력이 역력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