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은 아직 월드 베스트 자동차 메이커는 아니다. 판매대수 기준으로는 세계 8위에 불과하다. 지난해 현대차 225만대,기아차 111만대 등 모두 336만대를 판매하는 데 그쳐 GM(899만대)이나 포드(800만대) 도요타(747만대) 등 1위권과는 아직 큰 격차를 보이고 있는 것. 하지만 세계 자동차업계는 현대차그룹의 빠른 성장세와 높은 품질에 주목하고 있다. 빠른 시일 내에 세계 톱 클래스 자동차 메이커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일부 국가에서는 현대차가 시장점유율 1,2위를 다툴 정도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중동 지역.이곳은 현대차의 텃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차는 지난 9월 현재 이집트 남아프리카공화국 요르단 이스라엘 등 4개 국가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남아공(시장점유율 14.2%)과 요르단(16.8%)의 경우 지난해 1위에 오른 데 이어 2년째 수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집트의 경우 지난해 2위(12.8%)에서 1년 만에 점유율을 7.6%나 끌어올리며 1위로 올라섰고,이스라엘 역시 올 들어 일본의 마즈다를 제치고 15.0%의 점유율로 '지존' 자리를 꿰찼다. 도요타에 이어 시장점유율 2위를 기록하고 있는 사우디와 오만에서도 올 들어 시장점유율을 각각 16.4%와 17.0%로 끌어올리며 1위를 추격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중동 국가들은 작년부터 계속된 고유가 현상으로 인해 자동차 수요층이 크게 늘고 있는 상태"라며 "이에 따라 첫 차로 경제적이고 품질 좋은 현대차를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브릭스(BRICs) 국가에서도 현대차는 '베스트'로 통한다. 러시아의 경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수입차 부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올 들어 지난 9월까지 판매한 대수는 모두 6만8745대. 향후 세계 최대 시장으로 부상할 중국에서도 현대차는 놀라운 성적을 거두고 있다. 올 들어 10월까지 모두 19만317대를 판매,점유율 7.9%로 상하이GM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5월 베이징현대 공장 생산라인 증설 전까지는 1위였다. 현대차는 현재 인도에서도 시장점유율 2위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현대차 인도법인(HMI)은 1999년 12월 수출 개시 이후 인도 자동차 역사상 최단 기간인 5년10개월 만에 수출 누계 20만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현대차의 돌풍은 판매대수에서만 나타나는 게 아니다. 품질에서도 '월드 베스트' 수준에 올랐음을 전 세계 주요 평가기관과 언론에서 인정하고 있는 것. 실제 세계적 시장조사 기관인 미국 JD파워는 지난 5월 발표한 2005년 상반기 신차품질조사(IQS)에서 현대차 투싼에 99점을 줬다. 이는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부문에서 신차를 투입한 첫 해에 얻은 점수로는 역대 최고 점수다. 비슷한 시기에 미국 시장조사 업체인 스트레티직 비전도 품질평가 결과 투싼을 소형 SUV 부문 1위로,베르나를 소형차급 부문 1위로 평가했다. 이에 앞서 4월에는 쏘나타가 미국 컨슈머 리포트로부터 '가장 결함없는 차'로 선정되기도 했다. 당시 204개 모델을 대상으로 평가작업을 벌였던 컨슈머 리포트는 "쏘나타는 100대당 평균 2건 밖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며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차로 꼽았다. 현대차는 이 같은 국내외 평가기관의 호평과 판매대수 증가에 힘입어 지난 7월 인터브랜드사가 선정하는 '2005 글로벌 100대 브랜드'에 진입하기도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아직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톱 클래스는 아니지만 한 걸음씩 '월드 베스트'에 다가서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며 "머지않은 시기에 판매대수 및 기술력에서 세계 최고 자동차 기업으로 올라설 것"이라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