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오 포스코 사장은 지난달 4일 서울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제39차 국제철강협회(IISI) 연례토론에서 파이넥스 공법의 적용 시기를 공식 발표했다. 이 자리에 모인 전 세계 철강 전문가들은 강 사장의 한마디 한마디에 부러움을 보냈다. 강 사장은 당시 "포스코가 기존 용광로를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파이넥스 설비에서 2007년 1월부터 세계 처음으로 쇳물을 양산키로 했다"고 밝힌 것. 포스코는 현재 파이넥스 공법을 적용한 시험설비를 통해 연간 70만∼75만t의 쇳물을 생산하고 있는데 올 연말까지 시험 생산을 마무리하고 내후년부터 세계 최초로 상업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강 사장은 설명했다. 강 사장은 "독자 개발한 파이넥스 공법의 성과가 기대 이상"이라면서 "본격 양산을 위해 시험 설비와 별도로 연산 150만t 규모의 상용화 설비를 내년 연말까지 건설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포스코는 파이넥스 공법의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기존 용광로를 속속 대체한다는 구상이다. 당장 오는 2010년까지 건설할 예정인 인도제철소와 노후화한 포항제철소에 우선 이 공법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 포스코는 왜 파이넥스 공법에 승부를 걸고 있는 걸까. 파이넥스 공법은 현재 전 세계 철광업계가 채택하고 있는 기존 용광로 공법을 대체하는 차세대 친환경 제철기술이기 때문이다. 파이넥스는 가루 형태의 철광석과 일반 유연탄을 사전에 가공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는 진일보한 공법이다. 철광석을 덩어리 형태로 가공하는 소결공장이나 유연탄을 코크스로 만드는 화성공장이 필요한 용광로 공법과 가장 큰 차이점이다. 제철 원료의 가공설비가 불필요한 만큼 동일 규모의 용광로에 비해 설비 투자비가 92% 수준으로 줄어든다. 14세기에 개발된 기존 용광로 공법은 상업화 이후 생산성 등의 면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제철공법으로 평가받아 왔다. 하지만 철광석과 유연탄을 사전 가공해 원료로 사용해야 된다는 결정적인 단점을 갖고 있는 것. 이를 개선한 파이넥스 공법은 환경오염도 현저하게 줄일 수 있다. 제철소의 대표적 대기 오염물질인 황산화물(SOx)과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이 용광로 공법의 8%와 4% 수준에 불과하다. 원료로 사용하는 지름 8mm 이하 가루 형태의 분철광석은 전 세계 철광석 생산량의 80%가 넘어 용광로용 덩어리 형태의 괴철광석보다 가격이 20% 이상 싸다. 덩어리 형태로 잘 뭉쳐지는 유연탄도 세계 석탄 매장량의 약 15%에 불과,원료 고갈 위협에 직면해 있는 실정이다. 포스코는 다시 말해 이런 파이넥스 공법을 통해 세계 철강업계를 선도한다는 전략이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