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기업이 만든 자동차가 해외로 수출될 때에는 다른 이름을 달고 나가는 경우가 많다. 이유도 각양각색이다. 내수용 차명이 해외에서는 나쁜 의미를 지녀 어쩔 수 없이 다른 이름을 선택하기도 하고 신차가 출시됐어도 수출용은 그동안 해외에서 인기리에 판매됐던 차명을 그대로 유지하는 경우도 많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자동차는 10일 출시된 중형세단 `로체'를 미국에서는 `옵티마', 유럽에서는 `마젠티스'라는 이름으로 판매하기로 했다. `로체'의 전 모델인 옵티마의 수출명을 그대로 유지한 것으로 옵티마의 해외 인지도를 그대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별도의 마케팅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돼 비용 절감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례는 현대자동차의 베르나(수출명 엑센트. 이하 동일), 아반떼XD(엘란트라), 기아차 프라이드(리오), 쎄라토(스펙트라) 등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내수용 차명이 해외에서는 나쁜 의미여서 새 이름을 찾은 경우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경우가 기아차 `카니발'. 한국에서는 `카니발'이 축제의 의미가 강하지만 영어문화권에서는 `식인'(食人.cannibalism)과 발음이 비슷해 휴양지에서 따 온 `세도나'라는 이름으로 판매된다. 현대차 `투스카니'도 마찬가지다. 북미시장에서는 기존 모델이던 `티뷰론'이 그대로 사용되지만 남미에서는 현지의 욕설과 비슷한 발음이어서 `쿠페'라는 이름을 쓴다. 현지에 친숙한 이름으로 수출명을 새로 짓는 경우도 많다. 그랜저XG의 수출명은 `XG350'인데 당시 자동차명에 숫자가 붙는 것이 미국에서 유행이었기 때문이며, 그랜더TG는 그랜저XG와의 차별성을 부각하기 위해 숫자를 사용하지 않고 현지 딜러의 서베이 결과 얻어진 `아제라'라는 수출명을 사용하고 있다. `아제라'는 이탈리아어로 `푸른 창공'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쌍용자동차는 `로디우스'의 수출명을 지역을 구분해 판다. 유럽에서는 `로디우스'라는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지만 아시아와 아프리카, 중남미 등 비영어 문화권에서는 발음하기 쉬운 `스타빅'이라는 이름을 썼다. 쌍용차 관계자는 "발음하기 쉬워 현지에서 보다 친숙하게 받아들인다"면서 "브랜드 알리기와 이미지 제고 측면에서 유리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GM대우는 모회사인 GM의 관계사나 계열사의 브랜드를 다는 경우가 많다. GM대우의 브랜드를 달기에는 아직 인지도가 약하기 때문이다. 칼로스의 경우, 시보레가 수입해 `아베오'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며 캐나다에서는 스즈키도 이 차를 수입, `스위프트+'라는 이름을 붙여 두 개의 이름이 쓰인다. 하지만 옛 대우그룹의 향수가 강하게 남아있는 베트남에서는 칼로스, 마티즈, 라세티, 매그너스 등 내수용 이름이 그대로 유지된다. 현대차 쏘나타도 워낙 북미지역에서 인지도가 높아 그대로 사용된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