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리종혁 아태평화위원회 부위원장과 개성에서 만나 오는 18일부터 금강산 관광을 정상화시키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북측이 일방적으로 하루 관광인원을 절반으로 줄인 지 70여일 만의 일로,그동안 파행을 거듭해온 대북(對北) 관광사업이 궤도에 오르는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 이번 협상에서 현대와 북측은 갈등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김윤규 전 현대아산 부회장 퇴진을 둘러싼 오해를 풀고 상호 신뢰를 회복했다고 한다. 김 전 부회장 문제는 애초부터 기업 내부의 일이었던 만큼 이를 더 이상 거론치 않기로 한 것은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 물론 아직 일부 현대 임원들의 방북이 금지되는 등 남은 문제가 없진 않지만,'비 온 뒤 땅이 더 굳어진다'는 말도 있듯이 양측은 이번 합의를 계기로 개성과 백두산관광 같은 현안을 원만하게 풀고 경협(經協)사업의 수준을 더욱 높여 나가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번 사태와 같은 일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사업과는 무관한 기업내 인사(人事)를 문제삼아 번복을 요구하고 계약을 파기하려 하거나,다른 경쟁사업자를 끌어들이는 시도를 하는 등의 비합리적 행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북측은 기본적인 상도의(商道義)와 신의마저 저버리는 일이 또다시 재연된다면,다른 어떤 기업도 대북 사업에 나설 수 없게 되고 결국 경협의 근간까지 흔들리게 된다는 점을 깊이 명심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정부도 보다 확실한 기업보호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어느 사업보다 불확실성이 높은 남북경협사업에 나서는 기업을 대변하고 보호하는 것은 정부의 기본 책무다. 정부가 이번처럼 모호한 태도로 북한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모습을 보인다면 기업이 누굴 믿고 대북사업에 나서려 하겠는가. 앞으로 백두산과 개성관광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사업들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하는 만큼,정부는 전반적 남북 경협과 관련해 분명한 원칙을 세우고 북한 당국에도 이를 확실히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사업내용에 대한 명확하고도 구체적인 약속을 이끌어내지 않고선 대북 사업의 불확실성은 제거되지 않고 경협사업의 순조로운 확대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태는 남북경협의 기틀을 보다 굳건히 다지기 위한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