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십자사는 앙리 뒤낭이 '솔페리노의 회상'에서 전시(戰時)의 부상자 구호를 위한 중립적 국제 민간기구 창설을 제창하면서 만들어졌다. 1864년 체결된 적십자(제네바)조약의 기본은 인도주의다. 적십자 깃발 아래선 누구도 국적 인종 종교 계급 정치적 견해에 따라 차별받지 않는다. 대한적십자사는 1905년 10월27일 고종황제가 칙령 제47호로 대한적십자사 규칙을 제정 반포함으로써 탄생됐다. 영일(英日)동맹,카쓰라 태프트 밀약, 포츠머드 강화조약 등으로 영·미·러시아가 일본의 대한제국 지배를 인정하고 이를 근간으로 일본이 을사조약을 강요,나라의 운명이 바람 앞의 등불같던 때였다. 1909년 폐쇄됐다 1919년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의해 부활돼 독립군 구호를 위한 인력 양성 등을 담당했다. 49년 대한적십자사 조직법 공포로 재출범한 뒤 57년 6.25 납북인사 생존자 337명의 명단을 발표하고 71년 8월 남북이산가족찾기 회담을 제의,2000년 이후 11회의 이산가족 상봉을 실현했다. 75년 베트남 난민 1562명의 구호활동을 펴고,90년 무연고 사할린 동포 110명을 초청했으며,최근엔 동남아 지진해일 피해자 및 미국 카타리나 피해자 구호를 지원하는 등 해외 동포와 외국의 재난 피해자를 돕는데도 앞장서 왔다. 국력이 신장되면서 도움을 받던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로 바뀐 셈이다. 국제적십자연맹 가맹국 181개국 중 분담금 순위 9위라고도 한다. 대한적십자사 100주년을 맞아 제15차 국제적십자연맹 총회가 11일 삼성동 코엑스 컨벤션센터에서 개막됐다. 회원국 대표 1000여명이 참가,'인간 존엄성 보호'를 주제로 취약계층 지원방안 및 전쟁지에서의 중립적 활동 보장 방안 등을 논의하리라 한다. 세계 각지에서 전쟁과 테러가 끊이지 않고 지진과 태풍 등 천재지변에 의한 이재민 또한 속출하는 오늘날,적십자 정신의 실천은 실로 절실해 보인다. 그동안 민족의 아픔을 달래고 그늘진 곳을 보살피는데 힘써온 대한적십자사가 장차 보다 활발하고 섬세한 활동을 펼쳐 나가기를 기대한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