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은행은 이달 초 벨기에 출신의 외국인을 부행장으로 임명했다. 네덜란드의 세계적 금융그룹인 ING의 파리 본부장을 지낸 브루노 후드몬트 부행장은 베이징은행의 발전전략을 짜는 업무를 맡고 있다. 중국에서 외국인 임원시대는 은행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정보기술(IT) 항공 자동차 분야의 선두기업들이 앞다퉈 외국인을 경영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선진 경영기법을 흡수하고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포석에서다. 외국인 경영자 고용은 후발기업으로 확대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금융계가 선도 후드몬트 부행장이 선임된 데는 ING가 지난 3월 19억위안(약 2375억원)을 투자해 베이징은행의 지분 19.9%를 취득한 데 따른 것이다. 베이징은행은 후드몬트 외에도 ING로부터 3명의 외국인 임원을 영입했다. 외국인들이 베이징은행의 경영을 주도할 전망이다. 뉴브리지캐피탈이 사실상 경영권을 쥔 선전발전은행도 씨티은행과 스탠다드차타드은행에서 중화권 담당 임원을 역임한 제프리 윌리엄스를 지난해 말 신임 행장으로 발탁했다. 내년 말 은행시장 전면 개방을 앞두고 외국계 은행의 중국 은행 지분 인수가 러시를 이루고 있는 데다 당국도 외국인 경영자의 영입을 적극 지지하고 있어 중국 은행에서 활약하는 파란 눈의 외국인 임원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인재스카우트 열풍 중국 최대 PC업체인 롄샹은 지난 5월 IBM 인수 작업을 마무리하면서 IBM 출신의 스티브 워드를 CEO(최고경영자)로 임명했다. 롄샹의 창업자 류촨즈 롄샹지주회사 회장은 "롄샹은 글로벌기업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인을 CEO로 임명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워드는 중국 대형 IT기업 첫 외국인 CEO다. 중국 최대 유통업체인 바이롄그룹의 계열 슈퍼마켓인 상하이스지롄화는 지난 5월 까르푸 중국법인의 임원을 지낸 미국인 러셀 버먼을 COO(최고운영경영자)로 스카우트했다. 지난해 중국 유통시장 개방 이후 격화되는 외국계 기업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토종 유통회사들이 선진 경영기법을 익힌 외국인 임원을 잇따라 고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선전항공은 외국인 조종사가 늘어나자 지난해 10월 항공업계에선 처음으로 브라질 바리그항공 출신을 관리담당 임원으로 영입해 외국인 조종사를 훈련시키고 관리하는 일을 맡겼다. 중국 최대 우유업체 멍뉴의 창업자 뉴건성은 최근 "전 세계에서 인재를 물색해 후계 경영자로 앉히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한국인도 임원으로 중국 최대 제지회사인 산둥 첸밍그룹이 올해 신무림제지 부회장 출신인 이원수씨를 그룹의 CEO로 영입한 게 대표적 사례다. 중국 최대 민영자동차인 지리자동차는 지난해 8월 엔지니어 출신으로 대우자동차 부사장을 지낸 심봉섭씨를 임원으로 영입했다. 지리의 해외 수출 및 독자모델 개발 강화 전략의 일환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가전업체 TCL이 프랑스 톰슨의 TV사업부문을 합병해 지난해 세운 TTE의 COO 역시 한국인이다. LG필립스 임원 출신인 조기송씨는 TCL의 해외사업에 깊숙이 개입해왔다 TTE에서 중책을 맡았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