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부지선정을 위해 2일 실시된 주민투표에서 경주가 후보지로 선정됐다. 19년 동안 표류(漂流)해온 방폐장 부지선정이란 국책사업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하지 않고 처음으로 주민들의 의사를 반영해 투표로 확정했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큰 의의를 갖는다. 뿐만 아니라 이번 주민투표를 통한 방폐장 부지선정이 성공을 거두면 지역간 또는 자치단체간 분쟁조정의 모범사례를 정립시키는 계기가 된다는 측면에서도 주목해 볼 만하다. 이번 사업은 중저준위 폐기물 처분장으로 한정돼 그만큼 위험성이 줄어든데다 유치에 따른 파격적 인센티브 제공 등으로 인해 주민들의 관심이 컸음은 물론 지자체 간 유치 경쟁 또한 치열했던 게 사실이다. 이로 인해 지역감정을 자극할 정도로 경쟁이 과열되는가 하면,환경.시민단체들이 부재자 신고와 공무원들의 홍보활동 등에 이의를 제기하는 등 우여곡절도 많았다. 그러나 이번 부지선정 절차가 법과 규정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고 보면 투표결과에 대해서는 해당 지방자치단체는 물론이고 반대의사를 표명했던 환경.시민단체들도 깨끗하게 승복하고 중요한 국책사업이 성공적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해야 할 것이다. 만에 하나 투표과정 등에서 일부 미비점이 있었다 치더라도 이는 법과 규정에 따라 처리할 일이지 환경.시민단체가 나서 부지선정 과정 전체를 문제 삼아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유치 실패 지역이 투표 결과에 불복(不服)해 재투표를 요구하는 등 방폐장 사업의 근본을 흔드는 것도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번 사례가 중앙정부와 지자체,주민,환경단체 간 분쟁을 조정하는 데도 모범적으로 활용돼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쓰레기 처리장,화장장 건설 등 지자체들 간 분쟁이 우려되는 사안들이 많은 실정이고 보면 향후 지역 간 이해가 엇갈리는 국책사업의 효율적 추진에도 한몫을 해낼 것으로 기대된다. 방폐장 건설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의 최우선 과제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따라서 민주적 절차를 거친 이번 투표 결과를 둘러싸고 승복 여부로 또다시 논란을 빚어선 결코 안된다. 더구나 지역감정 등을 개입시키는 일은 자제해야 한다. 정부도 이를 계기로 주민투표를 사회적 갈등 해결을 위한 수단으로 적극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강구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