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 하나은행이 지난 8월 말 연리 5.2%짜리 후순위채(만기 5년7개월)를 내놓자 열흘 만에 6000억원어치가 매진됐다. 당시 하나은행의 1년제 정기예금 금리는 연 3.9%였다. 즉 연 1.3%포인트 이자를 더 얹어주자 돈이 물밀듯 밀려온 것.하나은행 관계자는 "1%포인트 정도의 이자 때문에 이렇게 많은 돈이 단 시간에 몰릴지 몰랐다"고 말했다. #사례 2 국민연금이 지난 한 해 금융부문에서 낸 총 수익률은 8.61%였다. 유형별로는 주식 9.67%,채권 8.59%,단기자금 3.7% 등이었다. 국민연금이 내부적으로 정한 올해 목표수익률은 주식 8.9%,채권 5.4%다. 내년에는 이보다 낮은 7.9%와 4.8%로 정해졌다. 경제성장률과 물가를 반영해 산출된 국민연금의 목표수익률은 다른 금융회사들이 자산을 운용할 때 벤치마크로 활용된다. #사례 3 30~40대 직장인 10명 가운데 4.5명은 연간 재테크 수익률이 20%를 넘어야 만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코스닥시장에서의 벤처대박 신화,서울 강남 아파트의 집값 상승률 등에 비하면 연간 20~30%의 수익률은 '그저 그런 수준'이라는 게 30~40대 직장인들의 생각이다. 모아둔 돈은 없고,퇴직할 나이는 점점 낮아져서일까?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재테크 기대수익률을 턱 없이 높게 잡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경제신문이 30,40대 직장인 665명을 대상으로 연간 재테크 기대수익률을 조사한 결과 '20%면 만족한다'고 응답한 사람이 44.8%로 가장 많았다. 30% 이상은 25.0%,40% 이상도 7%에 달했다. 30대 후반~40대 직장인 가운데 10명 중 7명 이상이 연간 재테크 기대 수익률을 20~30%로 잡고 있는 셈이다. 연 20%의 수익률은 보기에 따라 욕심을 부리지 않은 점잖은 기대치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실세금리와 비교하면 그렇지 않다. 현재 시중은행의 1년제 정기예금에 가입했을 때 받을 수 있는 확정금리는 연 4.0% 수준이다. 따라서 직장인들은 예금이자보다 무려 5~7배 높은 수익을 머리 속에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강우신 기업은행 퍄크뷰지점 PB팀장은 "현재 금리 수준에서는 연 6~7%의 확정금리가 지급되는 금융상품이 나온다면 수조원의 자금이 몰릴 것"이라면서 "리스크를 지지 않고 연 20~30%의 수익률을 바라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그야말로 환상의 수익률"이라고 말했다. 강 팀장은 "기대수익률을 높게 책정할수록 무리한 투자를 감행하게 되고 결국 예기치 못한 손실을 입을 수 있다"면서 "적정 기대수익률에 맞춰 재테크 전략을 짜는 게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최근 적립식펀드가 연 30~40%의 고수익을 기록하고 있어 "20~30%의 기대수익률은 무리한 것이 아니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펀드 수익률은 펀드 자체의 수익률을 의미하는 것일 뿐 매달 일정액을 불입하는 가입 고객들이 실제 손에 쥐는 수익률은 아니다. 더구나 우리 증시가 최근 1년처럼 해마다 30~40%씩 급등하리란 보장도 없다. 한국 증시보다 한발 앞서 간 미국 증시를 보자.과거 30년간 실질 경제성장률은 연 평균 3.14%,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연 9.9% 상승했다. 주가는 장기적으로 실질 경제성장률의 2~3배 정도 상승한 셈이다. 미국의 경험에 비춰보면 저금리,저성장 등 선진국형 경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우리경제가 매년 4~5%씩 성장한다면 주식투자의 기대 수익률은 연 8~15%수준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월가(街)의 '살아있는 전설' 워런버핏이 지난 40년간 기록한 연 평균 투자수익률은 22%였다는 사실을 되새겨 봐야 할 것이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