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자유구역이 생긴 지 2년이 넘었지만 외국인 투자는 지지부진하다. 투자 발표는 많았지만 실제 투자로 이어진 사례는 드물다. 한국경제신문은 경제자유구역이 안고 있는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그 해결책을 찾기위해 최근 전문가를 불러 좌담회를 가졌다. △사회: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개청한 지 2년이 넘었습니다. 성과는 어떻습니까. ◆김윤형 한국외국어대 교수:참여정부 들어 인천공항과 인천항만 내 물류시설이 확충되고 인천공항에는 24시간 통관절차가 도입됐습니다. 내국인들이 경제자유구역 내에 들어설 외국병원과 외국인학교를 이용할 수 있도록 관련 법도 개정돼 외국 병원과 학교를 유치하기 위한 기틀은 마련돼 있습니다. 하지만 유치가 안 되고 있는 것이 문제죠. △사회:외자유치가 안 되고 있는 이유는. ◆송희연 아시아개발연구원 이사장:먼저 인천과 부산·진해 광양 등 3개 경제자유구역에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지 않은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인천의 경우 하이테크 산업이 중심이 되는 만큼 가장 중요한 인프라는 양질의 인력을 공급할 학교라 할 수 있습니다. 외국인 투자기업이 원하는 전문인력을 많이 배출해야 하는데 인천시 자체 재원으로만 역부족입니다. 따라서 중앙정부의 의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서정진 셀트리온 사장:경제자유구역이 국내 다른 곳과 비교해 특별한 게 하나도 없어 외국기업들이 투자를 꺼리는 겁니다.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인 투자기업이 누리는 특혜는 딱 한 가지입니다. 매년 해야 하는 단체협상을 2년마다 할 수 있다는 정도입니다. 부동산 디벨로퍼들에게나 혜택이 가지 실제 경제자유구역에서 기업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송도(경제특구)가 인천 남동공단에 비해 별로 다를 게 없습니다. 우리나라 정부에 대한 신뢰가 없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현재 한국기업들이 중국으로 나가고 있는 상황인데 왜 한국에서 기업하는 게 어려운지를 먼저 분석하고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김 교수:의식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아무리 제도가 바뀌어도 소용이 없습니다. 이해찬 국무총리가 얼마전 '한국은행에 달러가 많은데 외자를 왜 유치해야 하느냐'고 말했습니다. 이는 포트폴리오식 투자와 외자유치의 차이점을 모르고 하는 얘기입니다. 일단 외국기업이 들어오면 일자리가 생기고 세수가 늘어나고 최신 경영기법을 배우게 되는 등 장점이 많습니다. 이러한 점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거죠. 최고위층 관료들 사이에 이런 생각이 팽배해 있으니 한국의 투자 매력도가 갈수록 떨어지는 것도 당연하죠. ◆조용경 게일 인터내셔널코리아 사장:전 국토를 좋은 투자처로 만들기 어려워 특정한 지역에 혜택을 집중해 주자는 차원에서 경제자유구역을 만든 겁니다. 한정된 지역이라도 중국보다 더 좋은 여건을 만들자는 취지였죠.하지만 국회 통과 과정에서 용이었던 경제자유구역법이 뱀으로 변했고 이제는 뱀도 아닌 게 돼버렸습니다. 제도적으로 아무것도 해주는 것 없이 외자를 유치하라고 하는 건 말도 안됩니다. △사회:경제자유구역의 성공을 위한 실제적인 액션플랜은 무엇일까요. ◆김 교수:경제자유구역에서 성공모델을 만들어 이를 다른 지역으로 전파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전면 개정하고 외자유치의 중요성을 대대적으로 국민들에게 알려야 합니다. 송도를 서울의 대안으로 만든다면 서울이 갖고 있는 문제점도 일부 해소할 수 있지 않나요. 중앙정부와 인천시가 행사하고 있는 투자 인허가 권한을 경제자유구역청에 몰아줄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할 때입니다. ◆송 이사장:원천기술을 중심으로 하이테크공단을 만들기 위해 경제자유구역을 지정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외국어에 능통한 인력을 양성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송도에 유명 대학과 R&D 센터 등을 만들어야 합니다. 좋은 인력을 배출하는 것이 중국과 인도보다 우리가 앞설 수 있는 유일한 대안입니다. ◆서 사장:2년간 중앙정부와 인천시가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기본'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인천의 경쟁력이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한국의 경제자유구역이 전 세계에서 가장 낫다고 할 수 있는 게 한 가지만 있으면 됩니다. 특별한 인센티브도 필요없습니다. 병원 학교 등에 너무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외국기업인에게 경제자유구역이 세계 어느 지역보다 이익을 많이 낼 수 있다는 확신만 심어주면 됩니다. 인내도 필요합니다. 깊이 분석하고 진단하고 각도를 다시 조율할 필요가 있습니다. ◆조 사장:붕어빵에 붕어가 없는 것처럼 경제자유구역엔 자유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경제자유구역법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경제자유구역에만 특혜를 줬다고 사방에서 야단입니다. 특혜를 받기라도 했으면 덜 억울했을 것입니다. 일반적 법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어야 외자유치가 가능합니다. 경제자유구역에 제발 특별한 혜택을 줬으면 좋겠습니다. 정리=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