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재선거 참패 이후 열린우리당 내에서 조기전당대회 주장이 확산되는 가운데 내각에 몸을 담고 있는 차기 대권주자들도 조심스럽게 몸을 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여권의 차기 대권주자 가운데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정동영(鄭東泳) 통일부장관은 28일 오후 1박2일 일정으로 자신의 정치적 근거지인 전주와 광주를 잇따라 방문할 예정이다. 정 장관은 전주에서 우리당 전북도당 소속 당원들을 상대로 강연을 한 뒤 지난 5월 별세한 모친의 묘소에 들를 계획이다. 정 장관은 29일 광주에서 망월동 5.18 묘역을 참배하고 지역 유지들과 오찬을 함께한 뒤 귀경할 예정이다. 정 장관의 한 측근은 "정 장관이 지난 추석 6자회담 때문에 모친 묘소에도 가지 못했다"며 "전북도당에서 강연하고, 모친 묘소에도 들러볼 겸 지방에 가는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정 장관의 호남방문을 국무위원이 아닌 정치인으로서 본격적인 정치행보에 나서는 신호탄 격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당 일각에서는 특히 정 장관이 5.18 묘역을 참배하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중진들이 전당대회 출마 등 자신의 거취와 관련된 결정을 내리기 전 5.18 묘역을 참배하는 것은 우리당의 관례라는 것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정 장관의 당 복귀는 인사권자인 대통령에게 달렸지만, 정 장관도 당에 복귀할 준비를 소홀히 하면 안된다는 생각은 갖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당이 어수선한 상황에서 김근태(金槿泰) 복지부장관측의 당 복귀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정 장관도 당 복귀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김 장관 본인은 아직까지 본격적인 정치적 행보로 해석될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김 장관의 한 측근은 "김 장관은 당내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지만 괜한 오해를 사지 않도록 가만히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장관을 중심으로 한 재야파는 당내에서 가장 선명하게 문희상(文喜相) 의장의 사퇴 및 조기전당대회 개최를 요구하고 있다. 김 장관의 복귀를 염두에 둔 행동으로 해석할 여지가 많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k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