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시리즈는 저주를 푸는 '굿판'. 시카고 화이트삭스가 악령처럼 따라다니던 '블랙삭스의 저주'를 떨쳐내며 88년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컵과 조우했다. 화이트삭스는 27일(한국시간) 휴스턴 미닛메이드 파크에서 벌어진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미국 프로야구 월드시리즈 4차전에서 1-0 짜릿한 승리를 낚고 결국 시리즈 전적 4승 무패로 챔피언에 등극했다. 화이트삭스로선 지난 1919년 '블랙삭스 스캔들'로 엉켜들기 시작한 저주의 실타래를 마침내 풀고 1917년 이래 꼭 88년 만에 다시 우승의 감격의 맛본 것. '블랙삭스 스캔들'은 화이트삭스가 1919년 신시내티 레즈와의 월드시리즈에서 '맨발의 조(Shoeless Joe)'로 불렸던 조 잭슨 등 주전 선수 8명이 도박사들과 짜고 일부러 져주기 게임을 한 역대 최악의 승부 조작 사건을 일컫는다. 블랙삭스 스캔들 이후 화이트삭스는 리그 챔피언 결정전조차 통과하지 못하는 부진을 겪었고 지난 59년 간신히 월드시리즈에 올랐으나 LA 다저스에 2승4패로 고배 를 마셔 '블랙삭스의 저주'를 푸는 데 실패했다. 오죽 답답하면 미국프로농구(NBA) 명문 시카고 불스를 함께 소유하고 있는 제리 레인스도프(69) 구단주가 "시카고 불스가 그동안 수확한 우승컵 6개를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 1개와 맞바꿀 용의가 있다"고 말할 정도. 하지만 기회는 마침내 찾아왔다. 화이트삭스는 올시즌 호세 콘트레라스-마크 벌리-존 갈랜드-프레디 가르시아-올란도 에르난데스 등 탄탄한 선발진을 내세워 손쉽게 지구 우승을 차지한 뒤 포스트시즌에서도 승승장구, 마침내 86년 만에 저주의 굴레에서 벗어났다. 보스턴 레드삭스가 '밤비노의 저주'에서 빠져나오며 우승컵을 차지한 작년에 이어 월드시리즈는 2년 연속 해묵은 저주를 푸는 '굿판'이 된 셈. 공교롭게도 보스턴 역시 전설적인 홈런왕 베이브 루스를 뉴욕 양키스에 팔아넘긴 후 시달린 '밤비노의 저주'를 86년 만에 졸업한 바 있어 이채를 띤다. 이제 메이저리그에 미제로 남은 굵직한 저주는 화이트삭스의 지역 라이벌인 시카고 컵스가 결부된 '염소의 저주'가 유일하다. '염소의 저주'는 컵스가 마지막으로 내셔널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1945년, 디트로이트 와의 월드시리즈 4차전 때 염소를 데리고 온 관중이 입장을 거부당하자 "리글리 필드에서 다시는 월드시리즈가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폭언한 데서 비롯됐다. 당시 결국 3승4패로 우승이 좌절된 컵스는 이후 올시즌까지 무려 60년 동안 월드시리즈무대를 밟지 못하며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특히 2003년엔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플로리다 말린스에게 거짓말 같은 역전패를 당하며 저주를 풀 기회를 놓쳐 땅을 쳤다. 이제 지난 1908년 월드시리즈 제패 이후 무려 1세기 가까이 우승에 목말라 있는 컵스가 과연 '엑소시스트' 바통을 이어받을 수 있을 지에 팬들의 관심이 쏠리게 됐다.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ykhyun1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