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텔레콤[032640]은 2004년 11월30일 숙원이던 600만명 가입자를 확보, 자립 기반을 마련했다.


2∼3년 전만 해도 업계 일각에서는 누적적자에 시달리는 LG텔레콤의 생존에 대한 우려마저 제기되기도 했지만 최소한의 자생력을 구축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97년 10월 PCS 상용 서비스를 개시한 이후 '서러운 꼴찌'에서 '당당한 3등'으로 거듭난 LG텔레콤의 이면에는 7년간 특유의 추진력으로 인재 육성 경영을 실천해온 남용(57) 사장의 '추진력'과 인재 2천여명의 '노력'이 짙게 배어 있다.


하지만 SK텔레콤이 18일 내년 1월부터 발신자번호표시(CID) 요금을 무료화하겠다고 전격 발표하면서 LG텔레콤은 예상했지만 원치않는 '복병'을 만났다.


올 상반기 CID부문 매출이 526억원으로 당기 순이익 744억원에 육박하는 LG텔레콤의 경우 엄청난 요금 인하압박을 받게돼 자칫하면 다시 '서러운 꼴찌'로 전락할 지도 모를 기로에 서게 된 것이다.


LG텔레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흔들림이 없다.


600만 가입자 돌파 여세를 몰아 올해는 650만명의 가입자를 모은 뒤 2007년말까지는 800만명을, 2010년까지는 1천만명의 가입자를 각각 확보한다는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


2007년에는 매출 3조6천억, 경상이익 6천억원을 달성하고 2010년에는 매출 5조, 경상이익 1조원에 도전한다는 목표도 여전히 확고하다.


◇ '시련을 기회로'


98년 10월 사령탑을 맡은 이래 남 사장은 마치 전쟁터에 내몰린 것처럼 치열한 시간을 보냈다.


후발주자이기 때문에 주파수나 자금력 등 불리한 여건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기 때문. 하지만 남 사장은 600만명 돌파의 공을 직원들에게 돌린다.


"시련을 통해 강해진 데 따른 당연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어떻게 보면 한솔PCS를 인수하지 못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시련이 없었더라면 우리 사원들이 이렇게 강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정말 바닥으로 떨어지면 안된다는 생각을 하니 사람들이 강해지더군요"


LG텔레콤은 2000년 말 SK텔레콤과 KTF가 차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인 비동기식 IMT 2000 사업자로 선정됐지만 자사는 탈락했을 때 위기를 맞았었다.


그러나 LG텔레콤은 2001년 7월 동기식 IMT 2000 사업권을 따내면서 기사회생했다.


5년이 지난 지금. LG텔레콤은 다시 한번 위기에 봉착했다.


SK텔레콤의 CID 무료화로 어렵게 달성한 가입자를 사수하고 요금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하는 시험무대에 다시 섰다.


남 사장은 그러나 "어려운 환경을 끊임없이 만들어 내야 한다"면서 "오히려 현재와 같은 어려운 환경이 높은 목표로 전환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가 현재의 CID 요금인하 압박 위기를 어떻게 돌파할지 주목된다.


◇ 엄격한 '인재 조련사'


'The People Company'


LG텔레콤 본사 사무실마다 한쪽 벽면에는 어김없이 이 문구가 새겨진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이 문구는 올해 5월 11일 LG텔레콤 비전선포식에서 발표된 새로운 경영비전으로 '강하고 지혜로운 인재들의 회사'라는 뜻을 담고 있다.


'강하고 지혜로운 인재'는 남 사장이 늘 강조하고 있는 화두로 인재육성에 대한 '애정'을 뛰어넘은 그의 '집요함'을 단적으로 대변하고 있다.


남 사장의 '강하고 지혜로운 인재 육성' 철학의 밑바탕에는 '우직함과 성실함'이 깔려있다.


이는 그의 좌우명이기도 하다.


"제가 사원들한테 강요를 하는 부분이지만, 직원들이 성실하고 우직했으면 좋겠습니다.


얕고 약삭 빠르면 계속 상황논리에 따라 변합니다.


정말 성실하고 우직하면 시간이 지나서 언젠가는 경쟁력으로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그는 그래서 "강하고 지혜로운 인재가 예쁜 반면 약삭 빠르고 좌고우면하는 인재는 싫다"고 속내를 솔직히 털어놓았다.


'강함'과 '지혜'에 대한 정의도 곁들였다.


"강하다는 것은 머릿속에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실행에 옮긴다는 점에서 강해야 한다는 것이고, 지혜로와야 한다는 것은 일을 진행할 때 항상 문제해결을 해야 한다는 것으로 제가 궁극적으로 이런 방향으로 사원들을 길러내야 한다고 봅니다"

LG텔레콤이 지닌 장점이 뭐냐는 질문에 주저없이 `인재'를 꼽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저희 직원들처럼 어떤 사업, 어디에 내놔도 규율 있고 헌신적으로 일하는 사원들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 부분이 저희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이고 이런 사원을 토대로 전략을 세우는 게 승리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SK텔레콤[017670]과 KTF[032390]는 가지고 있는 리소스가 충분하지만 LG텔레콤과는 분명히 차이가 나는 만큼 사람에게, 지혜에 투자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고 앞으로도 이런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생각이다.


남 사장은 은퇴 후에도 가족과 함께 지내면서 '사람 키우는 일'에 여생을 보낼 작정이다.


◇ 현장과 호흡하는 '야전형 CEO'


남 사장은 매일 새벽 집 근처에 있는 청계산을 찾는다.


그가 등산을 처음 시작한 것은 3년전 겨울부터다.


통화품질을 점검하고 자사의 서비스를 알리자는 차원에서 시작된 등산이 이제는 자신과 직원들을 직접 이어주는 '고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겨울이 되면 주말마다 각 부서 직원 20~30명과 함께 산행에 나섭니다.


하산후에는 막걸리가 가득 담긴 항아리를 돌려가면서 20초 스피치도 합니다"


LG텔레콤 전 직원들은 1년에 최소 두번 이상은 남 사장과 등산을 같이 한다.


그는 등산을 통해 자연스레 현장에서 겪는 애로사항과 바람을 청취하고 회사 운영에 반영하고 있다.


현장 경영은 이 뿐만이 아니다.


그는 해외 출장 등 외부 일정이 없는 경우에는 가급적 현장을 직접 방문, 팀단위로 토론을 나누면서 경영 아이디어를 얻는다.


최근에는 올해부터 전사적으로 본격 실시하고 있는 자원낭비 제거활동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지혜라는 것은 사실 사장 머릿속에서, 임원들 몇명에게서 나오는 게 아니라 현장에 숨어 있습니다.


판매를 잘 하는 방법이나 서비스 잘하는 방법은 현장 직원들이 더 잘 알고 있거든요.


직원들의 지혜가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요즘 절감하고 있습니다"


◇ 경영원칙은 '흔들림 없는 추진력'


올해 3월 경영정보지 월간 현대경영은 통계를 바탕으로 100대 기업의 '표준 CEO'로 남 사장을 꼽았다.


이른바 '표준 CEO'가 된 그에게 98년 LG텔레콤 CEO로 선임된 뒤 7년간 이 회사를 이끌면서 견지해온 나름의 경영원칙을 묻자 되돌아온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흔들림 없는 추진력'이 었다.


"전략적 방향을 설정하기 전까지는 깊이있게 고민하고 공감을 얻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일단 공감하고 함께 가자 하면은 몇년동안 안 바꿉니다.


사람이라면 왔다갔다 흔들리기도 하는데 CEO는 흔들림없이 중심을 잡아주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심사숙고 끝에 결정된 사항에 대해서는 절대 뒤돌아보지 않는 남 사장의 이 같은 경영스타일 때문에 주변사람들은 그에게 '코뿔소'란 별명을 붙여 줬다.


남 사장은 훌륭한 CEO가 되려면 '세가지 일'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첫째는 조직을 예측가능한 성과를 내는 조직으로 만들어야 하고 둘째는 대내외적인 리스크 관리를 잘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5~7년 뒤 조직이 1등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직을 세계 초일류 회사로 만들려면 비전이 없으면 불가능합니다.


경쟁력의 본질이 뭔지 확실히 깨닫고 그것을 선진회사보다 더 잘할 수 있어야 합니다"


◇ "800만 돌파로 후발사업자 딱지 떼겠다"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대하고 있는 LG텔레콤 직원들 사이에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시민단체와 정치권의 요구로 SK텔레콤이 내년부터 휴대전화 발신자번호표시(CID) 서비스를 무료화하기로 하면서 어렵게 궤도에 오른 성장세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이 같은 위기의식 때문인지 남 사장은 휴대전화 요금 인하 문제에 대해 언급하면서 진지하고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지금처럼 CID 요금을 일률적으로 내리라고 하는 것은 임팩트 자체가 선발사업자들한테는 얼마 안되지만 후발사업자한테는 큰 부담이 되는 방식이라 잘못되면 경쟁자체를 죽일 것입니다"


휴대전화 요금 인하가 단기적으로는 소비자들에게 좋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는 후발사업자가 주도하는 요금경쟁이 사라지게 돼 소비자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월 2천원인 CID 요금을 인하할 계획이없다"고 못박았다.


"가계의 통신비 부담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근본적으로 시장에서 경쟁을 통해 요금을 인하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봅니다.


TV 가격이 비싸다고 TV가격을 내리라는 식의 시장자체를 파괴하고 통신경쟁구도를 붕괴시키는 방식은 같이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단말기 보조금에 대해서는 "가입자를 돈으로 사는 행위"라고 단정지으며 "공정경쟁을 유도하기 위해서 보조금이 금지돼야 한다"는 기존입장을 재확인했다.


"돈많은 사업자가 보조금을 더 많이 쓰고 가입자를 가져가는 그런 형태는 공정경쟁이 아니죠. 어떻게 보면 기술혁신이나 서비스 혁신 등 제대로 된 경쟁을 유도하려면 보조금이 오히려 없어져야 합니다"

그는 다만 보조금 금지법을 자사가 8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 균형있는 경쟁을 할 수 있는 시점까지 연장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그 기간을 2~3년으로 제시했다.


가입자 800만명은 또 LG텔레콤이 후발사업자 딱지를 떼는 순간이기도 하다.


"800만명은 LG텔레콤이 정부의 비대칭규제가 없더라도 선발사업자와 1대1로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이라게 그의 생각이다.


◇ 또다른 10년, LG텔레콤의 성장동력은


SK텔레콤과 KTF가 3.5세대 서비스인 HSDPA(초고속데이터전송기술)를 위해 WCDMA(광대역코드분할다중접속) 망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는 가운데 LG텔레콤은 차별화된 네트워크 구축 및 콘텐츠 유통 전략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투자를 통해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줄수 있느냐 여부가 중요하지 투자 자체가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우리는 내년부터 현재의 주파수 대역의 효율을 높일 수 있는 EVDO rA에 투자를 시작할 겁니다"


"유무선 음악서비스인 뮤직온을 해보니 콘텐츠 업체를 직접 인수하는 것보다는 콘텐츠 유통부문을 혁신적으로 만들어 윈윈하는 형태가 좋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금융 등 다른영역과도 마찬가지고 콘텐츠도 윈윈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것입니다"

그는 컨버전스의 요체를 "소비자들이 하나의 디바이스로 편리하게, 쉽게, 싸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요약했다.


최근 이동통신업계 CEO들의 공통적인 고민거리인 신성장동력도 이 같은 맥락에서 풀어나가야 한다고 남 사장은 지적했다.


"은행, 교통, 음악, 영화가 하나의 단말기 안으로 들어오는 모바일화 과정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이 같은 사용습관의 변화속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야 하고 그런 분야는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10년 뒤 LG텔레콤의 모습을 묻는 질문에는 "어느 면에서나 도요타나 GE 이상으로 강하고 지혜로운 회사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렇게 위대한 회사가 된다면 규모에 상관없이 언젠가는 반드시 1등을 하리라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높은 산에 오를수록 숨은 더 차지만 더 좋은 풍경이 펼쳐지듯이 남 사장과 '강하고 지혜로운 인재'들이 모인 LG텔레콤 앞에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자못 궁금해진다.


(서울=연합뉴스) 김용수 국기헌 기자 yskim@yna.co.kr penpia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