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정보통신기술의 행복한 만남' 한국이 주빈국으로 참가하는 2005프랑크푸르트국제도서전에서 그간 베일에 가려있다가 개막식에 맞춰 18일 공개된 주빈국관은 도서 전시장이 아니라 마치 IT경연장이라는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주빈국관은 이 도서전의 '가장 중요한 손님 국가'로 선정된 나라의 출판 역량을 전 세계에 보여주는 시연장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곳을 관람하면 주빈국의 출판 현황을 대략 가늠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IT강국 답게 5천여년 역사를 자랑하는 응축된 문화콘텐츠에다 첨단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유비쿼터스 환경을 조성해 눈길을 끌었다. 말 그대로 언제 어디서나 독자가 원하는 책을 받아볼 있도록 한다는 게 주빈국관의 기본 콘셉트. 미래 세계 출판의 발전된 모습을 제시하겠다는 도전적인 시도라 할 수 있다. 이곳은 책의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보여주는 형태로 꾸며져있다. 한국의 거석 유적을 형상화한 거대한 구조물에다 세계 각국의 언어로 번역된 페이퍼북과, 이 종이책의 정보를 담은 모바일폰과 노트북을 함께 전시해 놓았다. 물론 책과 정보통신장비를 단순히 물리적으로 결합한 형태에 그치지 않는다. 몇 발자국 더 나아가 PDA폰에 담겨있는 이 페이퍼북의 간략한 내용이 마음에 들어 구매하고 싶을 경우, 핸드폰으로 주문만 하면, 전 세계 어느 곳에 있든지, 고객이 있는 곳에서 즉각 출력해 그 자리에서 제본을 거쳐, 소비자 취향에 맞춘 형태의 책으로 제작해 손안에 쥐어준다. 이른바 POD(Publishing On Demad)다. 즉 유비쿼터스 퍼블리싱, 또는 유비쿼터스 북을 구현함으로써 서점 등 별도의 중간 유통과정을 건너뛰어 저자와 출판사, 고객을 직접 연결해주는 방식으로 책을 만들어 판다는 개념이다. 그야말로 컨버전스라 할 수 있다. 황지우 주빈국 조직위원회 총감독은 "유비쿼터스 북은 모바일 통로를 통해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는 새로운 출판형태로, 휴대성이 강조되는 시대에 현실적인 출판대안의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출판사는 마케팅 비용과 재고 부담을 덜 수 있으며, 저자는 책판매의 투명화로 이득을 보고, 독자는 독자대로 자신이 원하는 책을 어느 곳에서든 사볼 수 있는 등 일거삼득의 이점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날 주빈국관을 찾은 관람객들은 이런 의욕적인 출판실험을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실제로 유비쿼터스 북을 체험해 보면서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 황 총감독은 "유비쿼터스 북 프로젝트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세계 모든 곳의 독자가 언제든지 텍스트와 만날 수 있는 출판 시스템을 모색하고자 하는 것으로 한국은 끊임없이 책의 새로운 존재론을 찾고 있다"고 강조했다. 주빈국관에는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인 직지와 팔만대장경, 훈민정음,조선왕조실록, 승정원 일기, 한중록, 홍길동전, 춘향전 등 한국 출판의 나이테를 보여주는 코너와, 오늘날 한국출판의 현재를 있는 그대로 갖다놓은 한국의 아름다운 책 등이 마련돼 있어 우리나라 출판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볼 수 있다.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sh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