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을 뺀 쪽도, 받은 쪽도 한숨만 내쉬었다. 천정배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뒤이은 김종빈 검찰총장의 사직서 제출 등 사흘간 벌어진 일련의 긴박한 상황을 뒷수습하기 위해 법무부와 대검찰청이 15일 각각 긴급 대책회의를 소집했지만 똑 부러진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먼저 수습책 모색에 들어간 곳은 법무부. 천 장관은 이날 오전 11시 예정에 없던 간부회의를 소집해 김희옥 법무차관과 실국장 등 법무부 간부 10명을 과천청사로 불러들였다. 천 장관은 1시간 가량 진행된 회의 내내 김 총장의 사의를 반려해 복귀토록 하는 방안, 사표 수리시 후속대책 등 참모들의 내놓는 의견을 돌아가면서 듣기만 했다. 한나라당의 해임건의안 제출 압박을 받아오다 김 총장의 돌연 사태로 입지가 더욱 좁혀진 천 장관이 개인약속까지 취소하고 회의를 소집하자 거취언급이 있는 것 아니냐는 긴장감이 일순 감돌았지만 장관은 회의 내내 간부들의 의견을 경청했다. 천 장관은 회의를 마친 뒤 "총장과 어제 접촉했느냐"는 물음에 "아니오"라고 짧게 답했고 `동반사퇴' 여부를 묻자 묵묵부답이었다. 천 장관은 애써 밝은 얼굴로 기자들을 응대했으나 "사태가 잘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짧게 답한 뒤 그 이상의 질문에는 "공보관이 해야할 일을 내가 하면 안된다"고 받아넘기며 청사를 떠났다. 법무부의 한 검사장은 회의를 마치고 나오면서 "지금 단계에서 걱정밖에 더 할 게 있겠느냐"며 한숨을 내쉬었고, 또다른 고위간부는 기자와 통화에서 총장 사표에 대한 청와대 반응을 되묻고는 `수리 가능성이 높다'는 대답에 깜짝 놀라기도 했다. 침울한 분위기는 대검찰청 고위간부회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박영수 중수부장이 소집한 오전 11시30분 긴급회의에는 고위간부 8명이 참석했지만 역시 특별한 결론은 없었다. 전날 심야회동에서는 김 총장을 직접 찾아가서라도 사의를 번복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나와 정상명 대검 차장이 가까스로 김 총장과의 통화에 성공했으나 "입장에 변함이 없다. 괜히 찾아올 생각을 말라"는 이야기만 듣고는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김 총장의 완고한 입장을 꺾을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탓인지 이날 회의에 정 차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미래가 보이지 않으니까 조직에 어려움이 생길 수도 있다",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나 수사권 조정 등 진행중인 작업에 차질이 생기면 어떡하나" 등 사표 수리 이후 상황에 대한 불안과 우려섞인 전망이 조심스레 흘러나왔다. 그러나 "추가로 사표를 내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극구 말려야 한다", "수사 진행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괜한 오해를 받지 않도록 동요하면 안된다"며 서로를 다독거리는 목소리도 나왔다. 참석자들은 청사에 계속 남아 있으면 오히려 `뭔가'가 있는 것처럼 오해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혹시 모를 비상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남겨둔 당직 간부와 일하러 나온 몇몇 연구관을 제외하곤 모두 청사를 떠났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조준형 기자 jbryoo@yna.co.kr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