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14일 표준화된 기술을 보유한 전통적 중소기업은 중국이 아니라 북한으로 진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15일부터 이틀 간 열리는 '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차 베이징(北京)을 방문한 박 총재는 이날 한국 특파원단과 한 간담회에서 "중국이 이미 노동력 부족과 임금상승의 단계에 들어섰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반면 북한은 임금이 중국의 절반 수준인 데다 생산성이 높고 물류비용 등 간접경비가 덜 드는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면서 중국 시장은 경쟁력을 갖춘 첨단업종의 기업이 진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박 총재는 이어 "중국이 단기적으로는 한국에 위기와 기회를 함께 던져주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중국의 거대시장이 한국의 발전을 채찍질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고 밝히고 "중국 입장에서도 한국은 좋은 가정교사이자 완충자"라고 분석했다. 중국 경제의 미래와 관련, 그는 의사결정의 신속성과 저렴한 토지비용의 이점을 살려 고도성장을 오래 이어갈 것이라고 전제하고 그러나 15년쯤 뒤 맞게 될 선진국 진입 단계에는 사회주의를 포기할 것으로 보았다. 박 총재는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전환하는 단계에 도달하면 사회주의의 이름은 그대로 유지하더라도 속성은 분명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 경제에 대해서는 "당장은 어렵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밝다"면서 가계불황은 중소기업, 자영업, 농업 등 경쟁열위 업종이 도태.퇴출되는 과정을 겪고 있기 때문으로, 세계환경 변화에 대한 어쩔 수 없는 적응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그는 YS정권 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이행조건인 자본시장 자유화를 도입한 것이 1997년 외환위기의 결정적인 원인이었다고 지적하고 "97년초 언론기고를 통해 외환위기를 경고했지만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았고 강경식 당시 경제부총리는 '끄떡없다'고 지도층 인사들에게 메일을 보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베이징=연합뉴스) 박기성 특파원 jeansa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