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아드보카트가 이끌고 있는 대표팀은 이미 내가 만들어놓은 팀이다. 그가 날 헐뜯는 건 창피한 행동이다." 요하네스 본프레레(59)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딕 아드보카트 감독의 데뷔전에 대해 악담을 퍼부어 눈길을 끌고 있다. 14일(한국시간) 네덜란드 축구전문지 '풋발 인터내셔날'과 가진 인터뷰에서 본프레레 전 감독은 "내가 네덜란드로 귀국한 지 채 2주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들은 바에 따르면 아드보카트는 한국으로 출발하기 직전 '나는 제2의 히딩크가 되기 위해 한국팀을 맡은 것이지 제2의 본프레레가 되기 위해 감독직을 수락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며 "아드보카트의 이런 말은 히딩크는 능력이 있고 본프레레는 별 볼 일이 없다는 뜻으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고 말했다. 네덜란드로 돌아온 이후 언론과의 첫 인터뷰에 나선 본프레레 전 감독은 아드보카트 감독의 이런 언급이 수치스러운 행동이라며 독설을 퍼부었다. 본프레레는 이어 "내가 한국에 있는 지인을 통해 e-메일을 받은 바로는 한국 팬들이 아드보카트에게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가 현재 이끌고 있는 대표팀은 이미 내가 젊은 유망주들로 재구성해 훈련했던 팀"이라고 주장했다. 본프레레는 "한국이 작년 약체 몰디브와 졸전 끝에 0-0으로 비겨 충격에 빠져있을 때 내게 코엘류 감독 후임으로 팀을 맡아달라는 대한축구협회의 연락이 왔었다"며 "그때 선수 면면을 보니까 전부 2002년 월드컵 당시 선수들로 노장들이 많았고 몸은 무거워질대로 무거워져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래서는 월드컵 본선에 나갈 수 없겠구나 싶어 신인을 보강하는 등 즉각 팀 정비에 착수했고 그 결과 공격축구로 전환해 쿠웨이트 등 힘겨운 상대들을 꺾고 독일월드컵 본선에 진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본프레레는 축구협회 기술위원회도 싸잡아 비난했다. 그는 "나는 한국팀을 최고수준으로 만들었지만 기술위원회는 항상 경기 2주전에 선발 명단을 제출할 것을 요구하고 그들이 원치 않는 선수를 제외시키는 등 나를 도와주기는 커녕 계속 곤궁에 빠뜨렸다"고 주장했다. 작년 12월 독일전을 앞두고 있었던 일화도 털어놨다. 본프레레는 "독일과의 친선경기를 앞두고 정몽준 축구협회장이 만나고 싶다고 해 갔더니 그는 내가 작성한 명단을 갖고 와서 '감독, 이 공격수는 좋지 않아(Coach, this striker is not good)'라고 말하면서 특정 선수를 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때 난 탁자를 치면서 '빌어먹을(Go to hell)'이라고 소리쳤다"고 회고했다. 본프레레는 한국축구에 대한 저주까지 퍼부었다. 그는 "독일전에서 우리는 3-1로 이겼고 내가 선발한 공격수 4명 중 3명이 골을 넣었다. 내가 원했다면 계속 대표팀 감독에 남아 있을 수 있었지만 협회에서 원치 않는 걸 감지해 자신 사퇴했다"며 "한국축구는 감독들의 무덤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한축구협회는 "정몽준 회장은 당시 독일전을 앞두고 FIFA 집행위 관계로 스위스에 있다가 경기 당일에야 경기장에 도착했고 본프레레 감독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며 "추측컨대 기술위원장이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을 인터뷰한 네덜란드 기자가 기사로 옮기는 과정에서 축구협회장으로 표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해명했다. 축구협회는 또 '경기 2주전 기술위원회가 본프레레 감독에게 대표 선수 명단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는 내용에 대해 "FIFA 규정에 의해 선수를 대표팀에 차출하려면 이는 당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헤이그=연합뉴스) 김나라 통신원 thasilverkiwi@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