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천정배 법무장관의 '동국대 강정구 교수 불구속수사'지휘권 발동과 관련, 13일 수용여부를 일단 유보했다. 강 교수 사법처리를 둘러싼 파장이 일파만파로 확산되는 데다 검찰 내부에서도 다양한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어 '장고'에 들어간 것. 그러나 사실상 검찰이 장관의 명령을 거부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검찰이 일단 시간을 벌면서 여론눈치를 살피려는 것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벌써부터 김 총장 사퇴론이 불거져 나오는 등 입장표명의 방향과 관계없이 후폭풍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검찰,수사지휘권 수용놓고 '진통' 이날 검찰은 하루 종일 술렁거렸다. 법무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 발동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 앞에서 우왕좌왕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입장도 팽팽하게 엇갈렸다. 대검 고위간부들은 "수사지휘권이 법으로 명문화된 규정인 만큼 수사지휘를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평검사들은 "천 장관의 지휘가 부당하므로 검찰총장이 거부의사를 밝혀야 한다"는 강경한 자세를 보였다. 이날 오전 11시 대검 15층 회의실에서 모임을 가진 평검사 중심의 대검 연구관은 "검찰청법에 나온 장관의 총장에 대한 구체적 사건의 수사지휘권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신중하게 행사돼야 하는데 이번 수사지휘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시키는 행위"라는 회의결과를 총장에게 전달했다. 이에 반해 15명가량의 대검 고위간부들은 이날 오전 9시20분부터 8층 회의실에서 정상명 대검 차장 주재의 회의를 갖고 "천 장관의 지휘 내용이 명백히 위법하거나 비합리적인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을 다수의견으로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천 장관,"검찰과 견해차 커 지휘권 발동" 천 장관은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이 문제를 놓고 법무부장관의 거취 문제에 논란을 일으키는 것 자체가 정치적이고 검찰 수사권 독립에 대한 침해"라고 반발했다. 사실 법무장관의 지휘권 발동은 검찰권 견제를 위해 검찰청법에 명시된 권한이다. 현 정부 들어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 교수 귀국시 사법처리 방안을 놓고 당시 강금실 장관이 수사지휘권 발동을 검토한 바 있다.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 간에 전화통화 등을 통한 구두로 입장조율을 시도한 사례도 많다. 하지만 대부분 검찰총장의 반발로 실패로 돌아갔다. 천 장관은 "검찰의 뜻을 존중하고 토론을 통해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결국 그렇게 안됐기 때문에 수사 지휘를 했다"고 말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