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志 鴻 < 연세대 교수·회계학 > 종합주가지수가 1200을 넘어서면서 주식시장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도 부동산 투자를 억제하고 주식 투자를 권장하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어 주식시장 활황에 대한 기대가 무척 커졌다. 이렇게 국민들의 관심이 쏠려있을 때 주식시장이 건전한 투자대안으로 자리매김하고 기업 자금공급시장으로서의 역할을 온전히 할 수 있기 위해선 무엇보다 기업의 투명성 제고가 필요하다. 기업 투명성의 핵심은 기업이 제공하는 정보의 신뢰성에 있다. 특히 회계정보는 기업을 평가하는 데 가장 기본이 되면서 비중이 큰 정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회계정보의 신뢰성을 갖추기 위해 한국회계연구원을 설립,국제 회계기준과의 정합성을 높이는 회계기준의 개정 및 제정에 박차를 가해 왔다. 또한 엔론과 월드컴 등의 대형 회계부정사건을 겪은 미국 의회가 샤베인-옥슬리 법안을 만듦에 따라 우리나라도 회계개혁법안이 마련됐다. 이에 따라 경영자와 공인회계사의 책임은 더욱 무거워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기업의 투명성은 선진국 기업들과 비교할 때 아직도 많이 부족한 형편이다.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분식회계로 인해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제재조치를 받은 기업은 모두 78개사로 2003년의 46개사에 비해 69.6% 늘어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는 아직도 투명성에 대한 경영자들의 인식이 충분치 못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회계정보의 신뢰성은 1차적으로 경영자의 책임이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 책임을 감시하는 역할을 공인회계사가 담당하게 돼 있으므로 결과적으로 부실 회계정보에는 경영자와 공인회계사의 공동책임이 따르는 것이다. 그러나 경영자와 공인회계사에게 책임만 강화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회계정보의 주된 이용자인 금융회사와 기관투자가가 회계정보의 중요성을 우선적으로 인식해야 한다. 과거 우리 은행들은 주로 회계정보보다는 담보확보 여부에 따라 대출을 결정해 왔다. 그러다 보니 기업의 재무제표에 입각한 신용분석에는 소홀했고 회계정보의 신뢰성에도 그다지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기관투자가를 포함한 주식투자자들 역시 내부자 정보나 소문 등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투자하다 보니 투명성에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는 기업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여러 가지 제도적 변화를 추구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거의 대부분 IMF나 세계은행,외국인 투자자의 요구에 의한 것이고,국내 금융회사나 주식투자자들의 요구로 이뤄진 개혁은 한 건도 없었다. 금융회사와 주식투자자가 회계정보를 외면하면 할수록 그만큼 경쟁력이 뒤떨어지게 된다. 선진 투자기법의 출발은 회계정보에 입각한 펀더멘털 분석에 있다. 우리 투자자들이 기업의 투명성에 관심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회계정보를 활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하고 이렇게 되면 우리의 금융시장과 주식시장은 더욱 더 외국자본의 지배를 받게 될 것이다. 모처럼 찾아온 주식시장의 활기가 지속돼 기업과 투자자 모두에게 순기능을 제공하는 건전한 자본시장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회계정보의 신뢰성에 대한 인식이 더욱 높아져야 한다. 또 이를 위해서는 이용자의 적극적인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투자할 때는 회계정보를 보지도 않다가 손해를 입게 되면 경영자와 공인회계사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은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 분식회계에 대한 감시를 공인회계사와 정부에만 의존하지 말고,투자자나 금융회사 모두 적극적으로 신뢰성 있는 회계정보를 요구하는 한편 감시자 역할을 해야만 건전한 자본시장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