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과 혁신·창조는 어떤 관계인가. "기업이나 정부는 물론 개인의 성과도 '생산성X혁신·창조'의 공식으로 나타낼 수 있다. 한국은 그동안 생산성 측면에서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더 나은 성과를 내기 위해선 혁신·창조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혁신·창조의 중요성에 대해 사회 전반이 그 필요성을 각성하는 것이 첫 번째 과제다." -생산성 향상이 의미없다는 얘기로도 들린다. "그렇지 않다. '생산성을 넘어(beyond productivity)'라는 말을 잘 이해해야 한다. '생산성에서 혁신으로(from productivity to innovation)'는 생산성의 비중을 줄이고 혁신을 추구하라는 말이다. 하지만 '생산성을 넘어 혁신으로'는 생산성은 현재 수준을 유지한 채 혁신을 덧붙여야 한다는 것이다. 하나를 버리고 하나를 취하는 것이 아니라 'and'의 개념이다." -혁신의 중요성에 대한 각성을 했으면 다음엔 무엇을 해야 하나. "각성을 통해 구조를 다시 짜는 작업(reframing)을 마쳤으면 다음에는 새로운 방법론이나 도구를 다시 배우는 과정(retooling)을 거쳐야 한다. 한국의 지도자들이나 경영자는 물론 일반인까지 방법론이나 도구를 머리에 넣도록 교육,훈련시켜야 한다. 이것이 두 번째 조언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론을 말하는지. "생산성 향상을 위한 방법론은 많다. 6시그마,전사적품질관리(TQM),카이젠 등 여러 가지가 있다. 하지만 혁신·창조에 대한 방법론은 별로 없다. 블루오션 전략은 가치창출 6가지 방법,전략캔버스,가치 곡선,구매자 효용성 지도 등 여러 방법을 제시한다. 블루오션 전략이 혁신.창조 방법론을 교육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정치 지도자,경영자,일반인이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이 같은 방법론에 마음을 열게 해야 한다." -실행할 때 부딪치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도 있어야 할 것 같다. "그것이 세 번째 조언이다. 혁신·창조가 원활하게 일어나기 위해선 기존의 수직적 커뮤니케이션 모델로부터 수평적 대화 모델로 이전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블루오션전략의 '공정한 절차(Fair Process)'를 적용해 구성원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혁신과 창조가 일어나는 곳은 조직의 상층,중간층,하층부 같은 특정 계층이 아니라 조직의 전역에 퍼져 있기 때문이다. 또 기존의 수직적 리더십으로부터 급소경영리더십(Tipping Point Leadership)으로 가야 한다. 공정한 절차를 적용하면 구성원들의 변화 적응력이 빨라지고 실행력이 높아진다. 급소경영 리더십을 채택하면 경영 효율이 제고된다." -마지막 조언은 무엇인가. "네 번째 조언은 혁신·창조 중심의 새로운 사고방식(mindset)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생산성 위주의 사고방식으로는 혁신·창조로 갈 수 없다. 생산성 중심 사고방식 아래에선 방법론만 도입하면 '재빠른 수정(quick fix)'이 가능했다. 그래서 블루오션전략이 나온 이후에도 그 공식이 무엇인지 알아내 그걸 적용하기만 하면 된다고 착각하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혁신과 창조를 마스터하는 데 왕도는 없다." -방법론이나 공식을 적용하는 것만으로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혁신 방법론에는 학습과정(learning process)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학습과정에는 이전에 알았던 것은 버리고(unlearning) 새롭게 배우는(relearning) 재구조화(reframing) 프로세스가 들어 있다. 재구조화하는 과정을 거치려면 충분한 시간을 갖고 노력하면서 단계적으로 꾸준한 열정을 갖고 배워 나가야 한다." -나라 전체가 혁신·창조로 가려면 공공부문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공공부문의 경우는 그러나 '경쟁'이 거의 없어서 블루오션전략의 필요성 자체를 의심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한국은 물론 일본 대만 싱가포르 등에서도 항상 나오는 공통된 질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공공부문도 민간부문과 다를 게 없다. 예를 들어 전략캔버스를 그린다면 민간 부문에서는 경쟁사와 가치곡선을 비교했지만 공공부문은 현재와 미래의 가치곡선을 비교해야 한다." -실행방법을 좀 더 구체적으로 소개한다면. "블루오션전략에는 세 개의 핵심 변수가 있다. 가치(value) 비용(cost) 사람(people)이다. 비약적인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선 먼저 고객(customer)을 봐야 한다. 공공부문의 경우 보통 국민이 고객이다. 국방부 같은 경우는 육·해·공군 등과 납세자인 국민,수자원공사는 물 쓰는 시민이 고객이다. 예산은 가치에 바탕을 두고 현재와 미래를 비교해 봐야 한다. 가치는 많이 올라갔는데 비용이 내려갔다는 것은 가치혁신이 잘 이뤄졌다는 증거다." -'사람'과 관련된 요소도 혁신 실행에 있어 중요한 부분일텐데. "공무원,협력기관,다른 부처,시민단체 등의 동기유발이 잘 이뤄져야 한다. 공무원이 의욕을 상실하고 있다든지 협력기관이 비효율적으로 행동한다든지 시민단체의 공격을 받는다면 혁신이 원활하지 않다고 봐야 한다." -블루오션의 적용 수준을 계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지. "블루오션전략의 요체는 비약적인 가치를 고객에게 제공하고 미래의 비용을 현재와 비교해 낮추고 공무원 등 관계된 사람들의 동기를 불러 일으키는 것이다. 이것은 설문조사를 통해 계량화가 가능하다. 비용은 수치화돼 있어 파악이 쉽다." -공공부문의 블루오션 사례가 있다면. "미국의 공용전투기(JSF)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국방 예산이 삭감되면서 육·해·공군이 공동으로 쓸 수 있는 고성능의 비행기를 제공하는 게 목표였다. 이해관계자들의 의견도출과정을 거쳐 육·해·공군 모두가 만족하는 비행기를 만들어 냈다. 뉴욕경찰청이 90년대 중반 거둔 성과도 있다. 윌리엄 브래튼 당시 뉴욕경찰청장(현 LA경찰청장)은 예산 제약을 극복하고 범죄가 만연한 뉴욕을 수 년 만에 미국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로 탈바꿈시켰다." -공공부문의 경우도 비고객을 잡아야 거대한 새 시장을 여는 블루오션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인데 공공부문의 비고객을 예로 들자면. "자녀 교육을 위해 학군을 옮기려 하는 이들은 국내에 살면서도 공공부문을 못 믿는 사람이다. 1단계 비고객이라 할 수 있다. 아이와 부인을 외국에 보낸 기러기 아빠는 2단계 비고객이라고 할 수 있다. 3단계는 보따리 싸서 한국을 떠나는 사람이다. 비고객들에게 어떤 가치가 필요한지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그들이 호주 미국 유럽으로 갔다면 무엇을 보고 갔는지 어떤 면을 좋아하는 것인지,왜 한국의 교육이 아니라 멀리서 대안을 선택하는 것인지 파악해야 한다." -그렇게 보면 정부나 기업 등 '큰 일'을 하는 조직에만 블루오션전략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봐야겠다. "블루오션전략은 어디에도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두 사람은 요즘 기업이나 공공기관 이외의 다양한 분야에서 블루오션전략을 적용하는 방안을 실험 중이다. 국가든 개인이든 가정이든 적용하는 수준만 다를 뿐 블루오션의 기본적인 컨셉트는 기업이나 매한가지다. 거기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게 마련이다." -블루오션에 관한 한 한국의 미래는 어떻게 전망하는가. "한국은 에너지가 넘친다. 국제적인 인지도도 높은 편이다. 에너지와 열정을 모아 블루오션전략을 실행해 나간다면 놀라운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믿는다. 공급과잉,수요 감소의 시대를 헤쳐가려면 뻔히 한계가 보이는 게임을 하지 말고 새로운 성장의 지평에 도전해야 한다." 정리=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