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너츠'‥홍석주 <한국증권금융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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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주 < 한국증권금융 사장 sjhong@ksfc.co.kr >
미국에 출장갈 때마다 꼭 한번 이용해 보고 싶은 항공사가 있었다. 바로 사우스웨스트 항공이다. '너츠'라는 책으로 소개된 바 있는 허브 켈러허 사장의 독특한 경영방식을 통해 경쟁이 심하기로 유명한 미국 항공업계에서 꾸준한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알려져 경영자로서 관심을 많이 가져온 회사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지역만을 운항하는 관계로 항상 아쉬움을 남기고 귀국하곤 하였다.
다행히 이번에는 그동안 노선을 확장해 온 사우스웨스트 항공을 이용해 볼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우선 다른 항공사 카운터보다는 엄청나게 긴 대기자 행렬이 인상적이었다.
지정 좌석 없이 ABC로만 구분된 좌석군을 배정해줘 어리둥절했다.
물론 일등석,비즈니스석도 없었다.
기내에서는 간단한 음료수와 너츠(땅콩)만 공급하는 등 모든 서비스를 매우 단순화시켜 놓았다.
선착순의 개방식 좌석 배정은 승객이나 승무원이 지정 좌석을 찾느라 우왕좌왕하는 시간을 없앨 수 있어 고객의 탑승 소요시간을 크게 단축시킨다고 한다.
이는 또한 비행기 회항시간을 최대한으로 줄이는 데 도움을 주면서 고가의 비행기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
기내식을 없애면서 음식 저장 공간 대신 고객 좌석을 추가하고,음식을 준비하는 시간도 절약하여 비용 요인을 크게 줄였다고 한다.
어찌 보면 조금 혼란스럽고,승객이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제복같지 않은 캐주얼한 승무원의 복장과 유머가 넘치면서도 자연스러운 접대 모습이 고객에게 편안함을 선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언제 어디서든 최저 요금'이라는 회사의 슬로건이 상징하듯 경쟁사에 비해 파격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정시 출발,정시 도착이라는 이점으로 이를 충분히 보상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싸구려라는 이미지를 주지 않고도 꾸준히 고객을 유지할 수 있는 바탕이 되는 기업문화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지만 짧은 시간에 체험해 볼 수 없는 것이 아쉽기는 하다.
미국의 항공업계처럼 변화무쌍한 곳도 없을 듯하다.
비행기를 타고 있는 순간에도 미국의 거대 항공사들의 파산,대규모 해고,합병 등의 소식을 접한다.
그러나 사우스웨스트가 지난 30여년간 지속적으로 성장해 온 것은 극단적인 비용 요인의 억제와 고객을 끌기 위한 파격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면서 업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도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무형의 상품을 판매하는 서비스업계의 무한경쟁 현장을 보면서 한국에서 온 출장객의 마음이 바빠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