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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안전 불감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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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티븐 래빗의 '괴짜 경제학'에 따르면 미국에서 어린 자녀가 총기 사고로 사망할 가능성은 집안 수영장에서 익사할 확률의 100분의 1이다. 테러로 사망할 가능성은 기름진 음식 섭취에 따른 심장병으로 죽을 확률보다 낮다. 비행기 탑승과 자동차 운전의 시간당 사망률은 같다. 래빗은 그런데도 사람들이 수영장이나 느끼한 음식,운전보다 총기와 테러, 비행기에 훨씬 많은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는 건 전자는 통제 가능하다고 믿는 반면 후자는 통제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썼다. 예측 가능하고 따라서 조금만 주의하면 막을 수 있는 일은 가볍게 여기고, 그렇지 못한 일에 신경을 곤두세운다는 것이다. 이런 일은 우리 주변에도 수두룩하다. 최근 10년 동안 자연 재난으로 인한 연평균 사망ㆍ종자는 21.5명이지만 작년 10월 강원도 평창에서 일어난 버스 사고의 사상자는 33명(사망 15명)이었다. 지난 9월 태풍 '나비'로 인한 사망ㆍ실종자는 6명인 반면 3일 경북 상주 시민운동장 사고의 사망자는 11명이다. 철저한 사전 대비로 태풍 피해가 줄어들고 있다는 소방방재청 발표에서 보듯 천재지변도 예방하면 막을 수 있는데 지방자치단체가 기획하고 방송사가 참여한 행사의 공연장 출입관리 하나를 제대로 못해 백주 대낮에 사람이 밟혀 죽는 일이 일어났다는 건 정말이지 어처구니없음을 넘어 귀와 눈을 몽땅 막고 싶을 지경이다. '예정된 인재(人災)'였다는 말도 듣기 끔찍하다. 게다가 사고 경위로 들리는 얘기는 하나같이 어안이 벙벙한 내용뿐이다. 5000여명이 한 곳에 몰려 있는데도 출연진 안전을 감안해 문을 하나만 열었다는 건 기가 막히고,그나마 있던 경찰과 경비용역업체 인원은 귀빈 안전에만 신경 썼다는 건 여기가 '2005년 대한민국' 맞나 싶다. 선착순 입장인데도 시청 공무원 가족은 먼저 입장시키고 구급요원조차 없었다는 데 이르면 할 말을 찾기 어렵다. 시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챙기기 힘든 행사라면 개최하지 않거나 규모를 줄이는 게 맞다. "남들도 다 그렇게 하는데 재수가 없어서"라고 생각하지 말고.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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