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훈 유서대필 사건과 2002년 한나라당 도청문건 관련 수사 및 재판 기록이 일부 국회의원에게 공개될 예정이어서 조작 및 부실수사 논란이 뒤따랐던 두 사건의 진상이 드러날지 주목된다. 그동안 검찰 외부에서 이들 두 사건의 수사 및 재판 기록 공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검찰이 실제로 기록을 검찰 외부에 내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검 관계자는 2일 "지난달 27일 서울고ㆍ지검 국감에서 국회 법사위가 두 사건에 대한 검증을 실시키로 의결했다. 이에 따라 법사위 소속 여야 국회의원이 7일 대검 국감에서 이들 기록을 열람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법사위는 서울고ㆍ지검 국감에서 회의를 열고 이들 두 사건에 대한 검증을 실시키로 의결하고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2명씩 4명과 필요할 경우 비교섭단체 1명이 7일 대검 국감에서 사건 기록을 복사가 아닌 열람 형태로 검증토록 했다. 국회에서의 증언ㆍ감정 등에 관한 법률은 국회 내 위원회가 안건심의나 국정감사 등에 필요할 경우 검증을 결의할 수 있고 검증 대상 국가기관은 국가안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한 이를 받아들이도록 하고 있다. 대검 관계자는 "이 두 사건이 국가안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라고 보기 어려워 검찰이 국회 법사위 의결을 수용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 기록이 외부인에게 공개되기는 것은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여야 의원들이 조작 및 부실수사 논란을 해소하려는 차원에서 이들 기록을 검증한다는 점에 비춰 이날 검증 결과가 국정감사 등을 통해 어떤 형태와 결론으로 공개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은 1991년 5월8일 서강대 건물 옥상에서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사회국 부장 김기설씨가 노태우 정권 퇴진을 외치며 분신하자 검찰이 김씨의 전민련 동료였던 강기훈씨가 유서까지 대신 써주며 김씨 자살을 방조했다고 발표한 사건이다. 강씨측은 당시 유서 필체가 강씨의 것과 다르다며 정권에 의해 조작된 사건이라고 주장했으나 대법원이 강씨에 대해 징역 3년을 확정선고하면서 사법적 판단이 마무리됐으나 조작 논란이 가중되면서 현재 경찰청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에서 진상규명 작업을 진행중이다. 경찰청 과거사위는 최근 고 김기설씨의 자필 메모가 포함된 자료를 확보, 필적 감정에 나서는 등 적극적 진상규명 의지를 내비치고 있으나 검찰은 과거사위의 수사기록 공개 요청에 대해 불가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한나라당 도청문건 관련 고소ㆍ고발 사건은 2002년 9∼11월 한나라당 의원들이 도청의혹 문건을 폭로한 뒤 문건에 등장한 한나라당 의원들과 시민단체가 국정원장을 고소하고 여야 의원들이 고소공방을 벌이면서 시작됐으나 올 4월 휴대폰 도청이 불가능하다면서 불기소로 종결됐다. 하지만 최근 서울중앙지검의 안기부 도청수사와 관련, 검찰 조사를 받은 국정원 직원들이 2002년 11월 한나라당이 폭로한 국정원 도청의혹 문건을 직접 작성했다고 자백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부실 수사 논란이 제기됐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