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7일 오전 7시.경기 안산공단의 신창전기 본관 1층 회의실에선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손병휘 사장을 비롯한 임직원 40여명이 모인 품질회의 자리에서 '빅 뉴스'가 발표돼서였다.


8월 한달간 현대·기아차 GM대우 쌍용차 등 완성차업체에 납품되는 키 세트와 스위치의 불량률이 제로(0)를 기록,반품이 전혀 없었다는 것.불량률 제로는 1978년 1월 창사 이래 처음이었다.


사실 이 회사는 품질혁신 운동이 시작되기 전인 작년 8월까지만 해도 고질적인 품질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당시 완성품 불량률은 100만개당 396개(396PPM).이 회사에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업체들의 불량률은 1010PPM이나 됐다.


높은 정밀도가 요구되는 부품 특성에 비춰 상대적으로 불량률이 높았던 신창전기는 현대·기아를 비롯한 완성차업체에 수시로 찾아가 품질개선 계획을 보고해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기술제휴선인 일본 도카이 리카를 통해 일본 자동차업체에 납품한 부품에서도 잦은 불만이 제기되자 사면초가에 몰렸다.


이대로 가다간 협력업체에서 퇴출돼 존립기반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아지면서 생존을 건 품질혁신 활동에 나서게 됐다(이진구 품질생산본부장).


'불량과의 전쟁'을 시작한 때는 작년 9월.우선 조직에 손을 댔다.


품질에 '올인'하기 위해서였다.


기존 품질관리부와 품질보증부 안에 품질개선팀과 품질정보과를 새로 만들어 내외부의 불량요인을 파악하고 개선책을 마련토록 했다.


신제품개발단계에서 양산 전까지 품질개선을 맡는 초기관리과도 만들었다.


납품업체들의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협력업체 개선팀을 신설,직원들을 협력사에 상주시켰다.


조직이 갖춰지자 매주 화·수·금요일 오전 7시에 사장이 직접 주재하는 품질개선 회의를 열고 난상토론을 벌였다.


이 회사는 고민 끝에 수작업 위주의 기존 생산라인을 자동화라인으로 바꿔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불량률을 근본적이고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한 처방이었다.


라인을 하나씩 뜯어고치기로 하고 사내 연구개발본부 자동화과에서 직접 제작에 나섰다.


라인과 공정의 특성을 가장 잘 아는 내부 인력이 설비개선을 맡아야 품질을 높이고 비용도 아낄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이렇게 만들어진 설비 중 대표적인 게 가공라인의 로터(Roter·키 회전자)커버 자동조립기.종전에는 4m짜리 일자형 라인에 두 사람이 붙어서 조립작업을 했지만 턴테이블방식의 원형라인으로 개조,무인화시켰다.


라인 길이를 2.5m로 줄였지만 일자형라인보다 120개 많은 시간당 600개를 조립한다.


조립라인의 키세트 완성 검사기도 자동화시켰다.


과거에는 사람이 일일이 손으로 키를 검사기계에 꽂은 뒤 돌려 제대로 작동하는지 테스트를 해야 했다.


장시간 일하면 팔과 손에 통증이 생겨 작업 능률이 떨어질 뿐 아니라 근골격계질환을 유발하는 문제점까지 있었지만 자동화시스템으로 한꺼번에 모든 문제를 해결했다.


키 마운틴 머신(키를 깎는 기계)도 자체 제작했다.


종전에는 사람 둘이 붙어 기계에 키를 밀어넣고 빼는 일을 했지만 지금은 기계가 척척 알아서 해준다.


미국 GM에 납품하는 키 세트를 만드는 생산라인에는 실시간 검사기를 달아 'OK'사인이 떨어지지 않으면 다음 공정으로 넘어가도 기계가 작동하지 않는 시스템을 갖췄다.


이 같은 품질관리 노력은 곧바로 성과로 이어졌다.


지난 6월 안산공장의 완성품 불량률은 150PPM으로 품질혁신 활동 전에 비해 62%나 급감했다.


같은 기간 완성차 납품물량 불량률도 34PPM에서 24PPM으로 29% 줄었다.


1000PPM을 웃돌던 협력업체 불량률은 94PPM으로 급격히 낮아졌다.


회사측은 완성차 업체에 납품하는 물량을 기준으로한 불량률을 연말까지 15PPM으로,내년에는 8PPM으로 개선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는 도요타자동차의 계열사로 키 세트와 스위치 분야의 세계 1위인 도카이 리카의 9PPM을 능가하는 수준이다.


불량이 줄자 실적도 덩달아 뛰었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29억원으로 작년 동기에 비해 16.0% 늘었다.


안산=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