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회계사 김성규씨(42)의 공식직함은 한미회계법인의 대표이사다. 하지만 그에게 꼬리표처럼 붙어있는 직함은 아주 다양하다. 추계예술대학교 예술경영대학원 강사를 비롯 문화연대 감사,한국문화의집협회 감사,재단법인 서울예술단 고문회계사,재단법인 국립극장발전기금 감사,사단법인 다움문화예술기획연구회 이사 등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게다가 대부분의 회계자문을 무료로 해준다. "문화예술단체도 엄연한 조직인데 이 분야에 종사하는 분들은 회계나 세무 세금문제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더군요. 또 돈문제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인력이 부족하다보니 경영도 주먹구구식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미력이나마 도움을 주자고 시작했던 일이 그만 본업처럼 돼 버렸습니다." 김 대표는 10여년 전만해도 문화예술쪽에 별 관심이 없었다. 외환위기가 닥친 98년 서울예술단의 구조조정과 관련된 일을 맡게 되면서 이쪽에 본격적으로 간여하게 됐다고 한다. 회계나 경영실무 등을 돕다보니 문화계 전반의 돌아가는 상황을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문화예술계가 발전하기 위해선 정책 당국자와 문화예술계 종사자 양쪽 모두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책적으로 문화예술계를 지원한다고 하면 그저 예산을 얼마 정도 늘려주는 것으로만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렇지 않습니다. 예컨대 지원을 하더라도 순수예술파트와 상업예술파트를 나눠서 해야합니다. 그리고 일부 대형 공연단체에만 혜택이 돌아가게 돼 있는 지원구조도 바꾸어야 해요. 문화예술을 지원하는 기업에 대한 세제혜택 등 지원책도 지금보다 대폭 확대해야 합니다." 그는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에게도 할 말이 많다. 가장 큰 문제점은 '재정의 불투명성'이다. "이쪽 상황이 워낙 열악하다 보니 그렇기도 하지만 경영마인드가 없는 것 같습니다. 또 외부에서 기부나 후원으로 돈이 들어오면 어디에 얼마가 쓰이는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아요. 횡령이나 착복을 한다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돈과 관련된 일은 무엇보다 투명해야 합니다." 김 대표는 그동안의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문화예술단체 설립과 관리실무''예술단체의 재원조성과 투자유치'등의 책도 펴냈다. 조만간엔 '예술단체를 위한 회계와 세무'도 내놓을 계획이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