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MP3플레이어 '아이팟 나노'가 국내에 상륙하면서 토종 MP3P 업체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애플 코리아는 22일 서울 대학로 제로원 디자인센터에서 '아이팟 나노' 출시 기자간담회와 일반 소비자들을 위한 '아이팟 나노 갤러리'를 여는 데 이어 23일부터 본격적인 국내 시판에 나설 예정이다. 가격은 2GB 제품이 23만원, 4GB 제품이 29만원으로 동급 제품에 비해 파격적으로 낮다. 국내 업체들은 뛰어난 성능과 다양한 기능으로 '아이팟 나노'의 저가 공세에 맞서고 있으나 궁극적으로는 가격으로 승부하는 것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레인콤과 코원은 '성능 차별화'로 대응 국내 대표 MP3P 업체인 레인콤[060570]과 코원[056000] 시스템은 품질 차별화로 '아이팟 나노'의 공세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레인콤 관계자는 "야심작인 U10이 성능에서 아이팟 나노를 앞서는 것으로 자부한다"면서 "가격으로는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MP3P는 이제 단순히 음악을 듣는 기기가 아니라 동영상, 게임 등의 기능도 수행하는 엔터테인먼트 기기라는 관점에서 마케팅 전략을 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원 시스템 관계자도 "아이팟 나노는 라디오, 동영상, 음성 녹음 등의 기능이 갖춰져 있지 않은 만큼 성능 차별화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면서 따라서 "가격인하 계획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이팟 셔플이 나왔을 때는 가격으로 대응하지 않았다"면서 "국내 소비자들은 다양한 기능이 제품들을 원하는 만큼 애플이 갑자기 시장을 확대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코원은 조만간 동영상 재생이 가능한 2GB 용량의 플래시메모리형 MP3P를 추가로 출시할 계획이다. ◇엠피오와 아이옵스는 '정면승부' 선언 엠피오[066200]는 지난 4월부터 준비해온 FY700에 애플과 같은 'MLC(Multi Level Cell. 셀하나에 데이터가 두개 이상 저장되는 것) 낸드형 플래시메모리'를 장착해 가격으로 정면 승부를 벌이겠다는 방침이다. 엠피오 관계자는 "일단 삼성전자와 플래시메모리 공급협상을 진행하겠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도시바와도 협의할 것"이라면서 "MLC형 제품은 일반 플래시메모리 가격의 70-75%선이기 때문에 아이팟 나노와 가격으로 승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512MB, 1GB, 2GB 등 3종인 FY700은 이르면 다음달말 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이옵스도 동영상이 가능한 2GB 용량의 플래시메모리 타입 MP3P인 `아이옵스 격(格)'을 아이팟 나노보다 저렴한 19만8천원에 출시할 계획이다. ◇가격 승부 불가피할 듯..메모리 공급이 관건 업계 전문가들은 "그동안의 경험으로 볼 때 애플이 국내 시장을 급속히 잠식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이지만 결국 소비자들은 가격에 눈을 돌리게 될 것"이라면서 "문제는 낸드형 플래시메모리 시장을 손에 쥐고 있는 삼성전자의 행보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가 낸드형 플래시메모리의 수요 확산을 위해 '큰 고객'인 애플에 MLC 메모리를 저가에 제공하기로 했으나 초도물량은 MLC보다 비싼 일반 메모리 제품까지 애플에 주고 있을 정도로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면서 "따라서 한동안은 국내 중소업체들, 심지어 삼성전자의 MP3P 부문에도 MLC를 제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들은 "따라서 국내 업체들은 적어도 금년말까지는 유일한 대체 업체인 도시바로부터 메모리를 공급받든지, 삼성전자의 생산량이 늘어날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삼성전자가 생산량을 늘리더라도 이번에 애플에 제공한 가격으로 메모리를 공급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김경석 기자 ks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