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대연정론을 들고나온 저변에는 낮은 국정지지율이 자리하고 있다. 20%대에 머물고 있는 지지율은 좀처럼 올라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이 수천명의 사망자와 천문학적인 경제적 피해를 안긴 허리케인 카트리나 후유증 속에서 받은 지지율이 40% 언저리였다. 대통령제 하에서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한 지지율 마지노선이 40%라는 게 통설이고 보면 "대통령직도 내놓을 수 있다"는 노 대통령의 발언이 그냥 해보는 얘기는 아닌 듯싶다. 실제 노 대통령은 2003년 2월 취임 이후 지금까지 40% 이상의 지지를 받아본 게 고작 세차례 정도다. 대통령에 취임한 직후 70%대의 지지율을 기록했고 지난해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소추안이 기각된 직후 50%대의 지지를 받았다. 마지막으로 40% 안팎의 지지율을 보인 것은 올 4월이었다. 일본과의 외교적 갈등이 고조된 상황에서 나온 대일 강경발언이 원동력이었다. 1년에 한차례 정도 '반짝'지지를 받은 셈이다. 기간을 전부 합해 몇 개월에 불과하다. 취임 직후 지지율이 높았던 것은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의 표시였다고 볼 수 있다. 그나마 탄핵정국은 야당의 '헛발질'에 기인한 여론의 역풍이 안겨준 결과였다. 지지율 깜짝 상승이라는 '연례행사'도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와는 거리가 멀다. 대내외 환경이 주된 요인이었다. 역설적으로 국정운영에 관한 한 국민의 평가는 시종 냉담했다는 얘기다. 왜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참여정부의 상징처럼 따라붙는 '코드'를 정작 필요한 국민과 맞추지 못한 탓이다. '튀는 말의 행진'은 차치하고라도 재신임 선언과 과거사 진상규명 추진,97년 대선자금 관련 당시 후보 수사 불원(不願),대연정 제의에 이은 선거구제 개편 제안 등 취임 이후 끊임없이 던진 화두는 정치ㆍ사회적 논란과 갈등의 빌미가 됐다. 경제난으로 시름하는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기보다는 짜증을 안겨준 측면이 더 강하다는 것을 부인키 어렵다. 당장 한나라당에 연정의 조건으로 조기사퇴 가능성을 시사한 데 대해 국민 대다수가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데서도 알 수 있듯이 정치에 올인하는 식의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의 실망감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그대로 묻어난다. 이번 추석 민심은 그 어느때보다 사나웠다. 한마디로 요악하면 "먹고살기가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여당 의원들조차 "민심이 분노를 넘어 자포자기 수준에 이르렀다"고 전할 정도다. 당초 여권이 홍보책자까지 마련하며 의욕을 보였던 연정이니 선거구제니 하는 정치얘기는 아예 꺼내지도 못했다. "먹고살기 어려운데 무슨 연정이냐"는 꾸지람을 듣기 일쑤였다. 일부 경제지표의 호전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실물경기는 여전히 싸늘하다. "경제가 나아지고 있다"는 정부관계자들의 설명은 공허한 메아리처럼 들린다. 노 대통령이 이런 민심을 읽었다면 앞으로 가야할 길은 자명하다. 국민의 지지를 회복하고 싶다면 더더욱 그렇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범인 북핵문제도 타결의 실마리를 찾은 지금이야말로 국정운영의 방향을 새롭게 정립할 절호의 기회다. 이재창 정치부 차장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