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남편과 고등학생 자녀 둘을 둔 주부 강모씨(48)는 최근 인터넷에 녹차 판매 전문 쇼핑몰을 차렸다. '사오정'을 넘어 '오륙도'를 눈앞에 둔 남편이 조만간 퇴직할 것을 생각하면 자녀교육과 노후생계에 대한 걱정으로 잠을 설치기 일쑤였기 때문.창업박람회를 찾아다니던 강씨는 적지않은 투자비가 부담돼 인터넷 창업으로 눈을 돌렸다. 3개월짜리 인터넷 창업교육에서 기초 지식을 쌓은 후 200만원을 들여 시작한 사이버 점포는 요즘 월 평균 300만~400만원의 매출을 올린다. 순익은 월 100만원 수준이다. 대학 다닐 때 단과대 대표를 맡을 정도로 성격이 적극적인 주부 이양희씨(41). 최근 창업을 결심하고 옥션이 주관하는 무료 인터넷 교육장에 날마다 나가 컴퓨터와 씨름하고 있다. 컴퓨터 자판을 '독수리 타법'으로 치던 이씨는 교육받은 지 한 달 만에 실력이 부쩍 늘었다. 오는 10월 중에는 정식으로 창업해 화장품을 취급할 계획이다. 이씨도 샐러리맨인 남편의 월급만으로는 두 아이의 사교육비를 댈 수 없어 창업전선에 나선 케이스다. 온라인 창업시장에 뛰어드는 중년 여성들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불황에다 직장인의 조기 퇴직 바람으로 가정살림을 남편에게만 의존할 수 없게 된 중년 여성들이 온라인 창업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에 따라 인터넷 창업시장은 '아마조네스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국내 최대 인터넷 쇼핑몰 서비스업체인 '메이크샵'이 지난 1년 동안 구축해 준 쇼핑몰 1만4500개를 분석한 결과 사업자의 여성 비율은 61%로 남성(39%)을 크게 앞질렀다. 특히 50대 여성은 무려 65%로 남성을 압도했다. 메이크샵 관계자는 "쇼핑몰 구축 서비스를 의뢰하는 창업자 중 여성 비중이 지난해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섰으며 올 들어 더 급증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여성들의 온라인 창업 욕구가 봇물 터지면서 온라인 장터업체들은 창업교육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온라인 창업 교육을 받고 있는 여성 숫자는 현재 매달 6000여명으로 추산된다. 국내 최대 마켓플레이스 옥션만 하더라도 이달 창업교육 수료자가 총 6만여명이며,이 가운데 여성 비율이 44%에 이른다. 2001년 22%에서 4년이 채 안 돼 두 배로 껑충 뛴 것이다. 여성 창업이 늘어나는 것은 불황과 가장의 실직 불안 등 사회 경제적 환경에 가장 큰 원인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견해다. 거기다가 간단한 컴퓨터 관련 기술만 익히면 누구나 인터넷 창업을 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가 등장한 것도 여성창업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예를 들어 메이크샵 같은 쇼핑몰 솔루션 업체에 등록한 뒤 월 5만원의 수수료만 내면 쇼핑몰 구축 운영 방법을 자세하게 배울 수 있다. 여성 창업자들이 온라인 창업에 나서는 형태는 강씨처럼 자신의 쇼핑몰을 구축하는 경우와 대형 온라인 장터에 입점하는 경우 등 두 가지로 나뉜다. 대부분의 여성 창업자들은 옥션 G마켓 같은 온라인 장터에 상품을 올려 놓고 소규모 사업을 하다 경력이 쌓이고 매출이 늘어나면 자신의 쇼핑몰을 구축한다. 부업하는 주부에서 본격적인 디지털 상인으로 변신하는 셈이다. 사업 아이템은 의류가 가장 많다. 메이크샵이 지난 1년간 신규 개설한 쇼핑몰 중 의류 아이템이 39%로 1위였고,다음으로 유아용품(13%),가전·컴퓨터(12%),화장품(12%),레저·취미용품(11%) 순이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