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만 해도 중고 부품을 한 해 12억원어치씩 수출했었는데 요즘엔 절반도 하지 못합니다. 물건(폐차)이 들어와야 부품을 수출하지요." 경기도 포천 S폐차장의 영업 담당 이모 실장.그는 요즘 줄어드는 폐차 실적 탓에 걱정이 많다. 2~3년 전만 해도 서울 경기 강원도 등지에서 하루 15대가량의 폐차를 유치했지만 지금은 하루 5대에 그치고 있다. 물량 자체가 적은 지방은 더 심각하다. 충청북도 제천의 D폐차장.이 회사의 폐차 실적은 한 달 내내 겨우 한두 대에 불과하다. 제천의 경우 다섯개의 폐차장 중 정상 가동되는 곳은 두 곳 정도밖에 없다. 폐차장업계가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폐차 대수는 줄어든 반면 폐차장비를 가동하는데 필요한 기름 값은 뛰고 있다. 중고차 수출이 늘면서 폐차수요가 줄어든 것도 업계가 힘들어진 이유 중 하나다. 폐차장 업체 수는 허가제였던 1994년까지 100개사 안팎에 머물렀지만 95년 등록제로 바뀌면서 2004년 말 324개사로 220%가량 급증했다. 이에 반해 폐차 대수는 같은 기간 35만2000여대에서 50만9000여대로 45%가량 늘어나는 데 그쳤다. 97년 3만5732대에 불과했던 중고차 수출 물량이 지난해 27만3878대로 폭증한 것도 폐차대수 증가세를 둔화시켰다. 시장이 쪼그러들면서 경쟁은 격화되고 있다. 전북 전주 A폐차장 김모 사장은 "전에는 차주가 돈을 몇 만원씩 집어줘야 겨우 폐차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차량 말소 서류작업까지 완전 무료대행"이라고 하소연했다. 설상가상으로 앞으로의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자동차 생산자가 폐차 책임을 지는 이른바 EPR 제도(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가 차량에도 적용되는 날이 머지않았기 때문이다. S폐차장의 이 실장은 "EPR제도가 적용되면 자동차 판매 영업사원까지 폐차 유치에 나서게 돼 폐차업계가 존폐기로에 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