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연방총리는 대통령의 지명으로 연방하원이 선출한다. 대통령은 각 당의 의석을 감안, 총리후보를 지명하지만 선거과정에서 각당 총리 후보가 이미 결정돼 있고 총선 결과를 통해 누가 총리지명자가 될 것인지 명확히 드 러나기 때문에 대통령의 총리후보 지명권은 사실상 요식행위에 불과하다. 이번 총선 이후 연정 협상을 통해 어느 형태든 과반수 의석을 확보한 연정의 총리 후보가 호르스트 쾰러 대통령에 의해 총리후보로 지명될 것이다. 의회는 선거 후 1개월 내에 회의를 소집, 토론 없이 찬반투표를 실시하며 재적 과반수의 찬성으로 총리를 선출한다. 토론을 금지하는 것은 지명자가 총리직에 적합한지를 놓고 격렬한 공방이 벌어 질 경우 취임 전부터 총리의 권위가 훼손되고 또 한없는 토론으로 국정공백이 생기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선거과정에서 연정을 구성하기로 약속한 정당 그룹들 모두가 과반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경우에는 대통령이 지명한 총리후보가 의회표결에서 과반수의 지지를 얻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총리 선출 기한이 지난 후에는 의회가 3차까지 투표를 통해 다수 득표자를 총리로 선출할 수 있지만 이때 다수득표는 절대다수인지, 상대다수인지가 매우 중요하다. 절대다수인 경우 대통령은 무조건 그를 총리를 임명해야 하지만 상대다수일 때 는 그를 임명하지 않고 의회를 해산한 뒤 재선거를 실시할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은 소수정권을 이끌 상대다수 득표자가 의회에서 정책실현을 위한 의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 통상 그를 총리로 임명한다. 예를 들어 기민당(CDU)-기사당(CSU)연합과 자민당(FDP)의 `흑-황 연정'이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했지만 객관적이고 공개적인 정황으로 볼때 녹색당이 소수정부를 측면 지원할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 대통령은 흑-황 소수정권의 출범을 승인할 수 있다. 2차대전 이후 독일에서 총선을 통해 총리가 바뀐 경우는 1998년 사민당이 총선에서 승리해 헬무트 콜 총리가 물러나고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등장한 경우 뿐이다. 이번 총선에서 기민-기사당 주도의 연정이 출범하고 앙겔라 메르켈 기민당 당수가 총리에 오르면 사상 두 번째로 선거를 통한 정권교체가 이뤄지는 셈이다. 1966년 기민당-기사당 연합과 '대연정'을 구성했던 사민당은 69년 총선 후 자민당과 연합, 정권을 수립했으며 이때 전 정권에서 부총리 겸 외무장관이었던 빌리 브란트가 총리에 올랐었다. 그러나 브란트가 전 정권에 참여했었다는 점에서 `선거를 통한 정권교체'는 아니었다. (베를린=연합뉴스) 송병승 특파원 songb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