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이런 차를 만들었다는 게 믿기지 않습니다. 그동안 남의 차를 베껴 저가에 판매한다고 우습게만 봤는데….기술력만 검증되면 머지않아 중국도 경쟁자 반열에 오를 것 같네요." 지난 12일(현지시간) '자동차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세계 최대 모터쇼가 개막한 독일 프랑크푸르트메세.중국 업체들의 신차발표 현장을 찾은 국내 한 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세계 각국에서 온 기자들과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의 눈길은 4번 홀에 집중됐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폭스바겐 아우디 등 독일 기업들의 신차발표회가 줄지어 열린 2,3번 홀에만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될 것이라는 당초 예상을 크게 벗어난 결과다. 4번홀이 북적거린 이유는 사상 처음으로 국제 모터쇼에 모습을 드러낸 3개 중국 업체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외신들은 모터쇼가 열리기 전부터 "이번 모터쇼의 가장 큰 관심거리는 중국업체가 세계무대에 공식 데뷔한 것"이라며 호들갑을 떨었던 터였다. 언론의 가장 큰 관심을 끈 중국업체는 지리자동차.빨간색 스포츠카인 'CD(China Dragon)'에 기자들과 전 세계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의 눈길이 떠나지 않았다. 중국업체가 이런 세련된 차를 만들었다는 게 믿기지 않는 눈치다. 몇몇 기자들은 어떤 차를 베꼈는지를 놓고 갑론을박하는 모습이다. 지리자동차 관계자는 "무단 도용 등 지식재산권이 걸려있는 업체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아예 참가할 수조차 없다"며 "지리가 선보인 5대 차량은 모두 독자 기술로 개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너를 돌자 장링모터스의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인 '랜드윈드'가 한 눈에 들어왔다. 놀라운 것은 판매가격.2000cc 기본 모델은 1만4995유로이며,주력인 2400cc는 1만7500유로다. 이는 3만유로에 팔리고 있는 현대자동차의 싼타페 2400cc보다 40% 이상 저렴한 수준이다. 중국 자동차 업체로는 유일하게 지난 7월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유럽 현지 판매에 들어간 장링모터스는 조만간 판매지역을 유럽 전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내년부터는 'CV9'이란 미니밴도 수출한다는 구상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아직 기술력이 검증된 건 아니지만 '중국'이라는 이름 자체만으로도 중장기적으로 위협요소가 될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프랑크푸르트=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